“자식에 부담주기 싫어”
“자식에 부담주기 싫어”
  • 이덕희 기자
  • 승인 2005.10.10 1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살을 택한 노인들
대전 독거노인 42.5%, 복지 사각지대 점검 등 실질 대책 요구

   
▲ 시사포유
자식과 사회로부터 소외된 노인들에 대한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자식에게 짐되기 싫다’는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7월 20일 발표한 ‘고령자 사망원인’'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20년새 5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는 우리 부모의 이야기이며, 몇십년 후 우리의 자화상이다.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의 전환에서 야기되는 문제와 이에 대한 대책은 없는지 점검해 본다.

노인들이 죽어가고 있다. 자살에 의한 노인 사망률은 1983년 14.3명에서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9.5명으로 급증한 이후 1999년 36.7명, 2000년 35.6명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2003년에는 72.5명으로 3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노인의 자살률 증가는 핵가족화에 따라 혼자 사는 노인이 많아지고, 이들이 정서적·경제적인 고립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03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3%에 이르고 2019년이면 노령인구 14%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전시 통계자료에 의하면 2005년 6월말 현재 노인인구는 전체인구의 6.7%인 97,725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고령화 속도에 있어 대전은 연평균 5천명 이상의 증가로 급속한 고령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지역별로는 동구, 중구의 노인인구가 8.7%, 8.4%로 고령화 지수가 두드러진다.

급속한 고령화는 노인부양부담을 증가시키며 노인들을 빈곤, 질병, 고독, 역할상실 이른바 4중고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 대전의 경우 노인 홀로 또는 노부부만 사는 노인단독세대가 전체노인의 42.5%를 차지한다. 홀로 사는 독신가구는 17.9%, 부부가 함께 사는 경우 24.6%, 노인부양가구는 50.3% 등으로 조사되었다.

심리적 외로움과 박탈감에 허전

취재 중 만난 대부분의 노인들은 ‘자식들에게 부담 주기 싫어’ 혼자 살고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원도심지역에 사는 노인의 경우 자식들이 같은 대전에 거주하면서 따로 사는 경우가 많았다.

중구 석교동에 사는 81세의 할머니는 “하루종일 하는 일이 누워서 TV보는 거야. 손자손녀 다 대전에 있는데…. 지들이 찾아와야 보지 뭐 만날 일이 있나. 전화는 가끔 와”라고 말한다. 노은지구에 사는 아들네 식구와 거의 왕래가 없는 듯 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이 죽음을 선택해야 할만큼 고통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적 외로움과 함께 존재의 가치에 대한 상실감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구 부사동에 거주하는 79세 할머니는 “끼니는 대충 챙겨먹는데, 아플 때 힘들지 뭐. 혼자 아파서 누워 있으면 누가 물 한모금 떠다줄 사람이 없잖아. 허리며 다리며 노인네들은 안 아픈데가 없으니까…”라며 심정을 토로한다. “애들하고 가끔 통화하면 보고 싶지. 대전 살면서 전화도 안하냐고 내가 막 욕해, 손가락이 부러졌냐고…”

중구 은빛노인복지센터의 윤경환 복지과장은 “몸이 아픈 분들일수록 자꾸 밖으로 나와 걷고 다른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복지센터에 지팡이 짚고도 걷지 못하던 노인이 있었는데 교육프로그램에 매일 참여하면서 눈에 띄게 건강이 회복된 경우가 있다”고 했다.

복지시설 이용하면 그나마 운 좋은 편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삶에 새로운 의미 부여를 위한 한가지 방법으로 공동체활동 기회 제공을 꼽는다. 각 지역마다 이런 시설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구의 은빛노인복지센터는 2000년 문을 연 사회복지법인으로 재가복지사업과 사회교육사업 등을 진행한다. 정부보조와 후원금, 이용자들의 실비로 운영된다. 매일 37여개의 도시락으로 대사동 문창동 등 중구 지역에 중식서비스를 제공하며 차량운행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구에서 위탁받아 민간이 운영하는 복지시설도 있다. 주로 교육복지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서구노인종합복지회관은 크게 무료급식 사회교육, 재가복지 사업을 진행한다. 서구에 사는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 1995년부터 운영돼 왔다.

대전노인복지시설 현황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양로시설 2, 요양시설 3, 전문요양시설 3, 노인복지관 5, 주간보호시설 3, 단기보호시설 2곳(대전시립노인복지관 연구보고서, 연구책임 한창완)이 있다. 양로시설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65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급식 및 일상의 편의를 제공하는 시설. 무료양로시설인 임마누엘양로원(동구 판암동)과 유성구 송정동에 위치한 사랑의 집 두 곳이 있다. 한편 요양시설로는 서구 관저동 성애노인요양원, 동구 가오동 대전노인요양원, 서구 가수원동 원광수양원 등 세 곳이 있으며 대덕구 대화동과 유성구 덕명동에도 전문요양시설이 있다.

여가복지시설은 노인복지회관과 경로당 노인교실로 분류된다. 대전에는 2004년 7월말 현재 5개의 노인복지회관, 623개의 경로당, 21개의 노인교실, 1개의 노인휴양소가 있다. 경로당의 경우 수적으로 가장 많이 공급돼 있지만 실제적 사업없이 사랑방 정도의 기능만 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노인복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어떤 식으로든 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는 분들은 운이 아주 좋은 편”이라는 의견이다. 무료장기요양시설은 수급권자들을 수용하기에도 벅차기 때문에 차상위 계층에 속한 노인들은 갈 곳이 없다는 것. 요양병원이나 유료장기요양시설 이용은 경제적 부담 탓에 꿈도 꿀 수 없고, 국고보조금을 받지 않는 민간 재가복지시설 또한 자가부담이 있어 저소득층 노인들은 문턱조차 밟기가 버겁다.

노인인구 37% 월평균 근로소득 20만원대

대전광역시 노인인구 중 약 30%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그 중 37%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10~29만원이며 30~49만원을 받는 노인이 21%, 100만원 이상은 16.6%로 낮은 소득수준을 보인다. 노인인구 96,982명 중 기초생활수급권자가 7,275명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구별로 살펴보면 동구 2,269(10.9%), 중구 1,620(7.3%), 서구 1,447(5%), 유성구 612명(5.2%), 대덕구 1,327명(10.0%)이다. 동구 대덕구에 상대적으로 빈곤 노인층이 더 많다.

핵가족이 보편화되고 자녀수가 감소하면서 가족의 노인부양 기능은 기대하기 힘들어진지 오래다. 자식과 따로 사는 노인들의 생계는 본인 스스로 책임에 달렸다. 노인들의 26.6%가 본인과 배우자의 부담으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으며, 일부 지원을 받는 노인은 49.4%로 노인부양의 책임은 이제 개인에게 미뤄졌다.

거꾸로 가는 노인복지정책 ‘이제 그만’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들에 대해 대전시는 어떠한 대책을 가지고 있을까. 시의 2005년 노인복지 예산은 315억원으로 전체예산의 3.2%에 불과하다.

최근 복지수범도시를 선포하고 예산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상황. 대전시 노인복지계 김기원 계장은 “99년 대비 3.4배가 증가했지만 경로당 노인복지회관운영비 등 노인복지분야 13개 사업의 지방이양으로 지방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주요 예산으로는 경로연금 50억, 노인교통수당 58억, 노인일자리사업 14억, 노인시설지원 84억원 등으로 책정돼 있다. 보다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노인복지 도시육성 대전2010’을 수립하고 있다.

이는 2006년부터 5년간 추진할 계획. 기존의 시혜성 위주의 노인복지 시책에서 생산적 복지이념을 구현해 나갈 방침이다. 대전시는 세부실행계획을 수립해 필요한 사업에 대해 국비를 지원받고 재가복지서비스 등에 대해서는 민간협력 부문으로 확대해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10억인 노인복지기금은 20억으로 확대할 방침.

대전시가 운영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시니어 클럽’의 확대. 이미 서구와 중구 유성구에는 예비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대전시니어클럽 이병석 복지과장은 “55세 이상 노인에게 간병인, 구두관리, 베이비시터, 유기농 사업 등 일자리를 마련하여 노인들이 최대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전국에서 가장 활성화된 시니어클럽으로 자리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창기 밭을 얻어 농사를 짓는데서부터 시작한 대전시니어클럽은 현재 두부사업, 떡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인일자리를 창출, 운영하고 있다.

대전시는 90세 이상 노인에게 장수수당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0월 이 안이 심의를 통과할 경우 90세 이상 1600여명의 노인들이 매월 3만원을 지급받게 되는 것.
노인에 대한 지원확대도 필요하지만 현재의 지원체계에서 소외받는 사람은 없는지, 복지시설은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하겠다.


“내 아이 아니어도 뿌듯해요”
제2의 엄마로 사는 베이비시터 송순예(57·문화동)

어떻게 일하게 되었는지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취업박람회를 통해 지원했는데 총 52명이 함께 교육을 받았다. 시작은 쉽지만 꾸준히 일하기가 쉽지는 않다. 부모들도 베이비시터가 자주 바뀌면 불안해한다.

일하면서 느낀 점은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한다. 집에 있는 것보다 보람 있다. 지금 7개월된 남자아이를 돌보고 있는데 태어날 때부터 키운 아이라 정이 많이 들었다. 100일 때까지는 아기가 잠을 많이 자서 별로 할일이 없다. 시간이 남을 땐 청소를 하거나 밑반찬을 만드는 등 가사일을 돕는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좋다.

힘들지는 않은가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지만 아이가 아프면 마음이 불안하다. 내 자식보다 더 걱정된다. 유아 이상인 경우에는 기본적인 교육도 해줘야 한다. 힘든 만큼 보람도 있으니, 많은 분들이 베이비시터에 지원했으면 한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충청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