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문연구원의 적폐는 청산돼야 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적폐는 청산돼야 한다?
  • 허정 이상엽
  • 승인 2017.07.2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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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밤이 가장 긴 동짓날은 매년 음력 11월에 든다. 음력 11월은 동짓달[子月], 동짓달은 음력 11월로 각인되어 있다.

허정 이상엽

왜 하필 동지(冬至)는 음력 11월에만 들까? 세(歲)라는 달력(이하 24기절력)의 동짓달[子月]에 음력 11월을 맞추어서 그렇다. 음력은 24기절력보다 1년에 약 11(10.8751)일이 짧다.

그래서 음력과 24기절력을 동시에 사용해 3년째가 되면 12번이던 합삭은 13번으로 늘어나 음력은 13달이 된다. 그리고 이 해의 음력 어떤 달에는 중기[氣]가 들지 않는다. 이렇게 중기가 들지 않는 달은 19년에 7달이 되고, 모두 윤달로 삼는다. 이를 무중치윤법(無中置閏法)이라고 한다. 윤달이란 음력 11월을 24기절력 동짓달[子月]에 맞추는 과정에서 생기는 중기가 없는 달의 명칭이다.

그런데 천문연은 1996년 틀린 달력[<만세력>]을 만들어 출판사에 판매했다. 계축(癸丑)년 서기 2033년 음력 11월 동지(冬至)를 음력 10월, 음력 11월 윤달을 7월에 배치한 오류가 그것이다.

왜 이런 오류가 발생했을까?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의 해묵은 고질적 적폐에서 비롯됐다고 확신할 수 있다. 현행 역법인 시헌력법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문 연구원이 달력을 만든 탓이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달력을 비전공자가 만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천문연 편찬 <만세력>의 오류는 2004년 3월 초순 경 확인됐다. 이에 천문연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류가 확인된 만큼 <만세력>을 구매한 독자들에게 환불조치를 하는 한편, 올해 내용을 수정, 보강해 2004년 판 <만세력>의 출판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 충청투데이[대전매일]】2004년 6월 9일 “천문연 엉터리 만세력 망신”과 【세계일보】2004년 7월 20일 “음력달력 오류투성이 길일흉일이 뒤죽박죽” 참조.

오류 방치해 피해 키웠다!

그러나 천문연은 2013년까지 9년 동안 잘못된 <만세력>이 시중 서점에서 판매되게 방치했고 또 “<만세력>을 구매한 독자들에게 환불조치”도 하지 않았다. 다만 2033년 10월 동지를 음력 11월 동지(冬至), 7월 윤달을 11월 윤달로 수정한 <만세력>만 2004년 7월 출간했다. 이 같은 천문연의 미온적인 조치로 인한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천문연은 국정 감사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잘못된 <만세력>은 ‘1996년부터 2013년까지 유통됐고, 잘못된 <만세력>은 고작 약 9500부’가 판매됐으며, “000출판사의 경우 오류가 있는 <만세력>과 오류가 수정된 <만세력>이 구분된 유통 및 판매부수 자료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라고 답변했다.

17년간 잘못된 <만세력>이 유통되었고, 인문학자와 역술인 등이 <만세력> 구독자인 점을 고려하면 천문연이 밝힌 피해규모는 믿기 어렵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천문연이 수십 년째 역법 비전공자에게 달력을 만들게 하고, 거짓 해명과 악의적인 비난을 일삼는 비상식적인 악성 적패는 조속히 청산돼야 한다.

특히 천문연 역법자문위원이 조선시대 달력은 음력 1종류라고 주장하며 제시한 <대청시헌서전석>을 통해서 조선 시대 사용된 달력은 음력과 24기절력 2종류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런데도 <대청시헌서전석>과 조선 관상감 편찬 달력[책력]에 대한 공개검증을 거부한 채, 조선시대 달력은 음력 1종류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장폐천(以掌蔽天)이 아닐 수 없다. 하루 빨리 천문연의 적폐가 청산되고 축소 왜곡된 달력의 역사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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