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 여론조사 有感”
“10·26 재보선 여론조사 有感”
  • 편집국
  • 승인 2005.11.1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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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환 소장
신문에 나는 다양한 기사들 중에서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내용은 언제나 인기가 있다. 그 조사 중 최근   전국 네 지역에서 재보궐 선거가 있었다.

언론사들과 여론조사 기관들은 과연 누가 앞서가고 있는지, 누가 당선될 것인지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경쟁적으로 조사결과를 보도했다. 그리고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조사결과를 접하는 일반 국민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보도된 내용을 받아 들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조사를 수행하는 조사기관들과 그것을 보도하는 언론사들의 책임과 윤리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된다.

재보궐선거를 일주일 앞둔 10월 19일 한겨레신문과 중앙일보에 각각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자. 한겨레신문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더피플 공동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편의상 유력 후보 두 세 사람의 지지도만 보기로 한다. 대구 동을의 경우 이강철(우) 35.0%, 유승민(한) 46.7%로 나타났다. 경기 광주는 이종상(우) 16.5%, 정진섭(한) 32.5%, 홍사덕(무) 23.8%였다. 울산 북구는 박재택(우) 10.4%, 윤두환(한) 48.9%, 정갑득(노) 26.5%이다. 부천 원미갑은 이상수(우) 21.6%, 임해규(한) 46.2%이다. 1위와 2위 후보의 지지도 격차가 최소 9~25%로 모두 오차범위를 훨씬 벗어났다.

중앙일보는 자체 여론조사팀에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대구 동을은 이강철(우) 29%, 유승민(한) 31%로 나타났다. 경기 광주는 이종상(우) 11%, 정진섭(한) 18%, 홍사덕(무) 17%였다. 울산 북구는 윤두환(한) 30%, 정갑득(노) 28%이다. 부천 원미갑은 이상수(우) 16%, 임해규(한) 19%로 나타났다. 네 지역 모두 1위와 2위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1~3% 포인트 차이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가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수 있을까? 물론 아무리 같은 날 같은 지역을 대상을 같은 질문의 조사를 했다 하더라도 그 결과 수치가 똑같을 수는 없다. 여론조사는 과학적 방법론이지 기계적 결정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여론조사는 숙명처럼 ‘오차(誤差)와 함께 숨을 쉬는 과학적 도구’라는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상식 이하의 판이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그 배경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두 언론사와 조사기관이 사용한 조사방법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은 전화면접조사(Telephone Interview Survey) 방식으로 조사한 반면, 한겨레에 보도된 조사결과는 전화자동응답시스템(ARS : Automatic Response System)을 사용해 조사했다. ARS는 사전 프로그램된 대로 자동적으로 전화를 돌리고, 미리 녹음된 성우의 질문에 따라 응답자가 자의적으로 응답버튼을 눌러 진행되기 때문에 조사비용이 매우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높은 응답거절율, 표본구성비 편향, 오입력 및 장난응답에 대한 무방비, 설문내용을 이해 못했을 때 대응할 수 없는 문제 등 과학적 조사 방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근본적인 결함들을 안고 있다.

이와 같은 ARS조사 결과를 공신력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에서 인용 보도하는 것은 매우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론조사와 보도가 점점 더 많아지는 정치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여론조사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조사기관의 책임 있는 자세와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공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사의 분별력도 더욱 높아져야 할 것 같다.

전성환 소장 / 한국지역여론연구소

전성환 소장은 …

현,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외래교수
㈜서울미디어 대표이사 역임
서울시 홍보심의위원 역임
조순, 고건, 최기선, 진념, 정동영, 김근태 外 다수 정치인과
단체장의 여론조사 및 선거홍보전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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