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공사(이하 ‘주공’)가 엘리베이터 공급 업체들의 담합으로 5년 간 약 245억 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조정식 의원(민주당, 경기 시흥 을)이 주공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주공의 엘리베이터 입찰 물량에 대한 기업 간의 나눠먹기식 시장배분 카르텔로, 주공이 무려 244억 6,529만 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9월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티스, 디와이홀딩스(구 동양엘리베이터), 티센(구 동양중공업), 현대엘리베이터, 쉰들러(구 중앙엘리베이터), 미쓰비시, 후지테크 등 7개 사는 2001년부터 2005년 11월 24일까지 각 사 회의실, 행주산성 근처에 있는 음식점(신혼집) 등에서 주공이 발주하는 엘리베이터 공사 물량을 ‘순번제’ 방식으로 배분했다.
입찰이 시작되면 낙찰예정회사가 들러리 회사의 투찰가격을 전화나 팩스로 통보하여 들러리 회사가 낙찰예정회사보다 견적금액을 높게 제출하는 방법으로 물량을 배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베이터 업체의 담합 기간 동안 예정가 대비 낙찰률은 최저 86.3%(2005년)에서 최고 90.6%(2001년) 등 평균 88.80%수준이었다. 이는 담합이 와해 된 후인 2006년부터 2008년까지의 낙찰률 평균 81.73%를 약 4.5%~9% 웃도는 수준이다.
만약 2001년부터 2005년까지의 엘리베이터 입찰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져 낙찰률이 81.73%선에서 결정되었더라면 244억 6529천만 원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오는 이유다.
담합에 참여한 7개사 중 1개 사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외국자본으로 국내회사를 인수한 사실상의 외국계 기업이며, 이들이 부도덕한 담합행위로 국내 중소기업들과의 정당한 경쟁 질서를 문란케 했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더욱 불량하다는 평이다.
조정식 의원은 “기업의 가격 담합으로 인한 피해는 발주 회사의 재무상황 악화뿐만 아니라 물가상승과 시장질서의 혼란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문제”라면서, 결국 “서민들의 생활고를 가중시키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의 경쟁력까지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사건과 같이 공기업이 가격 담합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에는 “공기업 재정의 원천인 일반 국민들에게 그 피해가 전가되고 공공서비스의 가격이 상승하는 등 서민 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해 주공은 공정위의 처분사실 통보 후에야 비로소 엘리베이터 회사들 간의 담합에 대한 사실 확인 과정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사실 확인 후 입찰 참가자격 제한조치 및 손해 배상청구소송을 검토할 것이라고만 언급하고 있어, 주공이 지나치게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업체간 담합 행위가 발생했던 2001년~2005년의 기간 동안 엘리베이터 조달을 담당했던 직원들에 대해서는 아직 어떠한 징계나 문책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엘리베이터 기업들의 담합으로 인해 주공이 입은 경제적 손실이 245억 원에 이르는 만큼, 조정식 의원은 “주공이 기업 간 담합 사실을 묵인하고 있었는지 등 관련자들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히고 그 결과를 신속히 국회에 보고”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담합의 해악을 인식하고 강력한 과징금을 적용하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입찰자격의 제한, 과징금 부과 등에 더욱 강력하고 신속한 제제를 가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