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일 하면 복 받는다?
착한일 하면 복 받는다?
  • 허정 이상엽
  • 승인 2018.08.24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도는 사사로움이 없다. 하늘은 착한 일을 했다고 복을 주고, 악한 일을 했다고 벌을 주지 않는다. 하늘은 개가 토끼를 잡아먹어도 개를 처벌하지 않고, 호랑이가 개를 잡아먹어도 호랑이를 처벌하지 않는다. 왜 일까? 하늘과 땅, 그리고 해와 달의 덕(德)은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이다.

호랑이가 개를 잡아먹고, 사람이 가죽을 쓰기 위해 호랑이를 잡는 건 선행인가, 악행인가? 하늘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의 선행과 악행을 따지지 않고 모두 덮어주고, 땅은 모든 동식물의 선행과 악행을 따지지 않고 모두 밟고 다니게 실어주며, 해와 달 또한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식물의 선행과 악행을 따지지 않고 비춰준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패륜을 저질렀다.”고 해도 하늘, 땅, 해, 달은 폐륜을 처벌하지 않고 사사롭게 대하지도 않으며, 그 덕(德)을 공평하게 베풀어준다. 

선악에 따라 상과 벌이 주어지는 건 인사(人事)에 한정된다. 착한 일을 하면 칭찬 받고 나쁜 짓을 하면 처벌하는 건 사람의 일[人事]일 뿐이다. 이런 사실은 선행을 게을리 하지 않은 가문도 멸문의 화를 당하고, 악행을 서슴없이 자행한 가문도 자손 대대로 부귀를 누리는 가문이 많은 것 등을 통해서 확인된다. 현재의 행복과 불행이 인과에 따른 보응[因果報應]이라고 해도 천도를 벗어나서 성립되는 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하늘이 사람을 비롯한 만물의 선악을 가려 상과 벌을 준 사실은 찾아볼 수 없다. 하늘이 선악을 가려 상벌을 준다면 먹고, 먹히는 먹이 사슬은 존재할 수 없고, 또 죄를 짓고 처벌 받지 않는 사람 역시 존재할 수 없다.

“하늘은 사사롭게 덮어주지 않는 곳이 없고, 땅은 사사롭게 실어주지 않는 것이 없으며, 해와 달은 사사롭게 비춰주지 않는 곳이 없다(天無私覆, 地無私載, 日月無私照).”라고 한 <공자가어>의 내용이 부정되지 않는 한, 착한 일을 하면 하늘이 복을 준다는 건 천도는 물론 현실과도 동떨어진 허언이 된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행위에 따라 하늘이 복도 주고 벌도 준다고 믿어왔을까? 이것 때문이다 저것 때문이다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앞뒤 문장을 잘라 버리고 정의(正義)를 왜곡시킨 <명심보감>첫 줄의 내용과 <주역> 곤괘 문언(文言)의 양기를 적선(積善), 음기(陰氣)를 적불선(積不善)으로 설명한 것을 오인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여겨진다.

<명심보감> 첫줄에서 “공자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함을 하는 사람은 하늘이 복으로써 갚고, 착하지 아니함을 하는 사람은 하늘이 죄[禍]로써 갚는다(子曰, 爲善者, 天報之以福, 爲不善者, 天報之以禍).”라고 한 공자님의 말씀을 근거로 하늘이 그 사람이 행한 선악을 가려 복도 주고, 또 벌도 준다고 생각하는 건 중대한 오류가 된다. 공자님의 이 말씀은 자로(子路)를 훈계한 말씀이다. 하늘이 인간의 선악을 가려 복을 주고 벌을 준다는 말씀을 하신 것이 아니다. [<공자가어>재액(在厄)편 참조]

그리고 <주역> 곤괘 문언(文言)에서 “선(善)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남는 경사가 있고, 불선(不善)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남는 재앙이 있다(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라고 한 것은 초육(初六)의 효사(爻辭)이다. 모든 일의 시작은 작게 시작되어서 커지는 이치를 설명한 것이 된다. 

<원본주역> 주석 ‘전[傳]’에서는 “천하의 일은 적(積)함을 말미암지 않고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天下之事, 未有不由積而成).”라고 해석 했으며, 이도평(李道平)의 <주역집해찬소(周易集解纂疏)>에서는 “건양(乾陽)은 선(善)이 되고 곤음(坤陰)은 불선(不善)이 된다([疏] 虞注, 乾陽爲善, 坤陰爲不善).”라고 한 것 등이 근거이다. 양기가 쌓이는 건 경사, 음기가 쌓이는 건 재앙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천도라면 선행을 쌓은 가문은 멸문의 화를 당하지 말았어야하고, 또 악행을 쌓은 가문은 멸문의 화를 당했어야 한다. 그러나 악행을 많이 한 가문도 부귀를 누리고, 선행을 게을리 하지 않은 가문도 빈천하게 산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양기와 음기의 변화를 인사(人事)에 비교해 설명한 것으로 확신할 수 있다. 

역리학당 오원재에서 허정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충청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