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효시장, 새벽 인력시장 기습 방문
박성효시장, 새벽 인력시장 기습 방문
  • 김거수 기자
  • 승인 2009.03.18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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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 전국 첫 일용직 근로자 대책 마련키로

박성효 대전시장의 눈시울이 젖었다. 박 시장은 18일 새벽 인력시장(서구 도마동 서부인력공사)을 방문해 하루 일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의 고충을 들었다.

▲ 박성효시장, 새벽 도마동 인력시장 방문

이날 오전 5시 20분 경. 사무실 앞에는 이미 10여 명이 새벽 봄바람에 몸을 움츠리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10여 분이 흐르자 어느새 120여 명이 몇 명씩 짝을 이뤄 사무실과 인도에 서성거렸다.

대전시자원봉사연합회 남재동 회장 등 봉사자 10여 명이 이들에게 떡을 나눠줬고 박 시장은 우유와 커피를 따랐다.  떡으로 빈속을 채우면서도 이들의 애타는 눈빛은 일제히 소장을 향해 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어지기를 학수고대하는 표정이 너무 역력해 안쓰러울 정도였다.

▲ 박성효시장, 새벽 인력시장 기습 방문
5시 30분부터 2시간여를 기다렸지만 일감을 얻지 못한 사람이 40명에 달했다. 인력공사에 근무한지 7년이 됐다는 이확실(여·53) 씨는 “지난해보다 일감이 30~40 건 줄었다. 그나마 이 곳은 생긴지 20년이 넘어 (일감을 얻을)확률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전에만 인력사무실이 227곳에 달하지만 워낙 영세한데 다 절반가량만 운영되는 실정이어서 하루 일감을 얻지 못해 생계가 막막한 세대가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인력시장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재운반, 청소 등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순 노동자들이다.

요즘에는 대전에 일감이 없어 충남 금산이나 연기, 충북 옥천 등지로 특용작물 재배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고, 심지어는 그나마 개발 수요가 많은 충남 당진으로 가는 사례도 많다는 귀띔이다. 일용직 노동자들과의 대화 시간도 한 시간 이상이나 지속됐다.

 “시내버스 첫 차의 배차시간을 앞당겨 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경기가 너무 안 좋다. 집으로 돌아가 마누라보기가 두렵다”는 자조 섞인 한탄도 많았다.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박 시장은 “인력사무실 앞에 자전거보관대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일감이 없어 집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든 일감을 만들어 드리겠다”며 안타까워 했다.

 현장 방문 뒤 집무실로 돌아온 박 시장의 지시가 이어졌다. 박 시장은 “그동안 국가나 지자체 모두 산업단지 공급,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대책만 있었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대책은 별로 없었다. 대전에서라도 이들에 대한 대책을 긴급히 마련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또 “청년들을 위한 안정적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우리 시민이 일감이 없어 처자식을 굶겨야 한다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냐. 당장이 급한 일용직 근로자들을 위해 임시 일자리라도 최대한 만들자”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는 즉각 일용직 근로자의 인력 수급상황 분석에 착수했으며, 일감 제공 기업에 대한 보전 방안 등 지원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박 시장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제난을 감안, 매주 수요일 어려운 서민생활 현장을 찾아가는 ‘현장 탐방·체험의 날’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로 했으며, 저소득층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주민이 마을을 가꾸며 소득도 올릴 수 있는 ‘무지개사업단’, 시각장애인이 저소득층 노인에게 안마 서비스를 제공하는 ‘헬스키퍼’ 등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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