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충청권 경선 '예견된 참패'...이낙연은 '선방'
정세균, 충청권 경선 '예견된 참패'...이낙연은 '선방'
  • 김용우 기자
  • 승인 2021.09.0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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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전 국무총리 지지모임 ‘균형사다리’ 대전본부 출범식 모습.
정세균 전 국무총리 지지모임 ‘균형사다리’ 대전본부 출범식 모습. (충청뉴스 DB)

이재명 54.72%, 이낙연 28.19%, 정세균 7.05%.

지난 4~5일 이틀간 실시된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세종·충북 등 충청권 대선 경선 성적표를 받은 여권 빅3의 희비가 엇갈렸다.

각종 여론조사 지지도 1위 등 탄탄한 기반으로 본선 경쟁력을 앞세운 이재명 후보는 이낙연 후보를 두 배 가까운 득표율 차이로 압도하면서 본선 직행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반면 대전에서 대다수 현역 의원들의 지지를 얻으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던 정세균 후보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3위 자리조차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조승래(유성갑)·장철민(동구) 의원을 비롯해 직접 나서지 않았지만 박병석 국회의장의 서구갑 지방의원들까지 대전 3개 지역구에서 정세균 후보를 도왔으나 7.05%에 그쳤다.

사실 정세균 후보의 이번 참패는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정세균 후보는 대전만 떼어놓고 봤을 때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후보지만 여러모로 불안한 점을 갖고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내부 단속 실패라는 악재가 터졌다. 

조 의원과 유성갑 지역위원회에서 한솥밥을 먹는 오광영 대전시의원이 일찌감치 이재명 후보 측을 도우면서 내부 결속력에 금이 갔다는 뒷말이 흘러 나온다. 지방의원과 권리당원들이 반드시 지역위원장과 뜻을 함께해야 한다는 규정이 정해진 것은 없지만, 그동안의 관례와 정치적 도의상 불편한 동거 속에서 경선을 치렀다는 것.

유성갑 한 당원은 “조 의원과 함께 정 후보를 돕던 나머지 지방의원들 역시 내색을 안했다 하더라도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고 씁쓸해 했다.

또 다른 당원은 ‘오합지졸’이라는 혹독한 자체 평가를 내렸다. 이 당원은 “조 의원이 정 후보의 중앙 대변인을 맡고 있는데, 그 밑에 시의원은 다른 후보를 지지하고 있고 이런 상태에서 어떤 기대를 할 수 있겠느냐”며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시의원이 자신의 권리당원에게 누구를 찍으라고 했을지 생각해 보라”고 되물었다.

장철민 의원 측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동구에 지역구를 둔 지방의원들은 세 갈래(이재명·이낙연·정세균)로 갈라졌다. 동구 권리당원들의 표심이 정 후보 쪽으로 집중되기 어려웠다는 것.

지역 정가에 따르면 장 의원과 뜻을 함께 하는 남진근 시의원과 이나영 구의원 등은 정세균 후보를, 윤종명·이종호 시의원은 이낙연 후보를 돕고 있다. 최근 박민자 동구의장과 강화평 구의원은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해 각자도생에 나섰다.

대선 이후 치러질 지방선거를 의식한 ‘이합집산’ 행태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지역 정가에선 지역위원장인 장 의원의 부실한 조직 장악력이 패배의 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현재 정 후보의 3위 자리도 위태위태하다. 6.81%로 4위를 기록한 추미애 후보와의 격차는 불과 0.24%.

추 후보를 도운 대전지역 현역 의원은 ‘0명’이라는 점에서 정 후보 측은 적잖은 내상을 입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반대로 대전에서 유일하게 이낙연 후보를 지지했던 박영순(대덕) 의원은 뜻밖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의원실 측에 따르면 대전지역 자체 분석 결과 이낙연 후보가 30~35%의 예상 득표율이 나왔고, 실제 경선에서 30%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재명 대세론이 형성된 분위기 속에서도 박 의원 조직력 하나로 이낙연 후보의 체면을 살린 것이다. 박 의원은 김종천·손희역·문성원 시의원 등 지방의원들과 힘을 합쳐 대전 3개 지역구가 달라 붙은 정 후보 측보다 4배 이상 지지율을 얻어 확연한 대조를 보였다.

이낙연 후보를 도왔던 일부 지방의원들 사이에선 정세균 후보의 저조한 득표율에 당황한 분위기다.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는 한 지방의원은 “정 후보 측이 충청권에서 최소 15%를 가져갔다면 이낙연 후보와 이재명 후보는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으로 흘렀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낸 뒤 "타 지역에서도 1위 후보가 과반을 넘길 경우 2-3위 간 단일화 논의는 무의미해 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이번 충청권 경선과 관련 과거에나 통했던 현역 국회의원 중심의 ‘조직 투표 시대'는 막을 내렸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사실상 조직력보다는 대중적 여론과 바람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것.

이재명 후보 캠프에 몸담고 있는 정기현 시의원은 이날 대전시의회 기자실을 방문해 "지역 국회의원 중심의 조직력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충청권 경선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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