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원도심 활성화나 임대료가 싸서, 문화예술단체가 다른 지역보다 밀집돼 있어서 등 기관 및 단체가 이곳으로 온 이유와 대흥동이라는 공간에 부여하는 의미가 제각기 다르다.
하지만, 월간 토마토 창간특집호 <토마토, 대흥동 프로젝트에 나서다> 기사에서 다룬 것처럼 ‘대흥동이 지닌 가치의 재발 견’이라는 점에서만큼은 이견이 없을 터다.
대흥동은 낡고 허름하지만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오랜 세월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틈에서 다양한 ‘우리들’을 발견한다. 따라서 문화예술단체와 언론기관이 대흥동의 틈을 메우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월간 토마토나 대흥동을 사랑하고 아끼는 많은 사람 이 우려하는 것은 이 주름진 공간에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획일화된 변화다. 곳곳에 아담하지만 삶의 이야기를 담은 주택이 사라지고 대신 반듯하고 차가운 다세대 주택이 들어섰다.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대흥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이들이 하나 둘 모여드는 지금이야말로 행정당국에서 관심을 두어야 할 시점이다.
토론과 연구를 통해 대흥동을 구체화하고 도출한 가치를 지키고자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논의가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관통해야 할 개념이 ‘차별성’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차별성이 아니다. 개발중심 사회에서 다행스럽게 다른 색깔을 지닌 ‘대흥동 일대’가 가진 그대로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현재 대흥동이 지닌 가치가 개발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에 집중된 자본의 논리에 밀려 완전히 소멸하기 전에 말이다. 대지 위에 존재하던 모든 것을 깡그리 엎어 버리고 평평한 토지를 만들고 나서 그곳에 아파트를 쑥쑥 올리는 모습은 왠지 폭력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간보다 먼저 자리 잡았던 산과 물까지 마음대로 유린하니 낯이 부끄럽기도 하다. 이 신도시 개발 앞에 가슴 설레는 이들도 많을 게다. 지금 대흥동 일대에는 이런 폭력적인 도시개발과는 전혀 다른, 설렘이 일고 있다. 조감도가 없으니 어떤 변화가 어떻게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 변화가 몹시 기다려진다. 가슴 떨리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