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 가치 재발견 행정적 관심 필요
대흥동 가치 재발견 행정적 관심 필요
  • 월간토마토 김의경
  • 승인 2011.07.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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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단체 및 기관 '속속' 대흥동에 둥지 틀다!

최근 문화예술단체 및 기관이 속속 대흥동에 둥지를 틀고 있다. ‘한국민족예술인연합 대전충남지회(대전민 예총)’, ‘민족극단 우금치’, ‘마당극단 좋다’, ‘공감만세’ 등이다. 이외에도 시민단체, 대학을 퇴직하는 교수 등도 대흥동 공간을 염두에 두고 있다.
변두리 폐교 등지에 연습실과 사무실을 두었던 민족극단 우금치, 마당극단 좋다는 중심지로 나왔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이들에겐 대흥동이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공간인 것이다. 대전민예총은 다른 지역보다 문화예술단체가 집중된 대흥동이 사람을 만나기도, 일을 함께하기도 수월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원도심 활성화나 임대료가 싸서, 문화예술단체가 다른 지역보다 밀집돼 있어서 등 기관 및 단체가 이곳으로 온 이유와 대흥동이라는 공간에 부여하는 의미가 제각기 다르다.

하지만, 월간 토마토 창간특집호 <토마토, 대흥동 프로젝트에 나서다> 기사에서 다룬 것처럼 ‘대흥동이 지닌 가치의 재발 견’이라는 점에서만큼은 이견이 없을 터다.

박승규 춘천교대 교수는 저서 <일상의 지리학-인간과 공간의 관계를 묻는다>에서 “곡선이 직선으로 펴지는 순간부터 인간은 소외되기 시작한다.”라고 말한다. 반듯반듯하게 나뉜 구 획에 들어서는 신도심은 매끄러워 보이지만 사람의 온기와 배려, 개성을 드러낼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흥동은 낡고 허름하지만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오랜 세월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틈에서 다양한 ‘우리들’을 발견한다. 따라서 문화예술단체와 언론기관이 대흥동의 틈을 메우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월간 토마토나 대흥동을 사랑하고 아끼는 많은 사람 이 우려하는 것은 이 주름진 공간에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획일화된 변화다. 곳곳에 아담하지만 삶의 이야기를 담은 주택이 사라지고 대신 반듯하고 차가운 다세대 주택이 들어섰다.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대전의 시작이었던 대흥동에 많은 단체와 기관이 관심을 두고 이전하는 지금이 어쩌면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둔산동으로 대표하는 도심 개발로 점점 비어가는 대흥동 일대를 안타까워하며 막대한 예산을 들여 활성화하겠다고 외쳤으나 외형적으로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 인위적인 것의 한계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대흥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이들이 하나 둘 모여드는 지금이야말로 행정당국에서 관심을 두어야 할 시점이다.

토론과 연구를 통해 대흥동을 구체화하고 도출한 가치를 지키고자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논의가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관통해야 할 개념이 ‘차별성’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차별성이 아니다. 개발중심 사회에서 다행스럽게 다른 색깔을 지닌 ‘대흥동 일대’가 가진 그대로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차별성을 근간으로 최근에 벌 어지는 변화를 접목해야 한다. 완벽한 그림을 그리고 그 틀에 끼워 맞추려 애쓸 필요도 없다.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중시하고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시간을 벌어주어야 한다.

현재 대흥동이 지닌 가치가 개발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에 집중된 자본의 논리에 밀려 완전히 소멸하기 전에 말이다. 대지 위에 존재하던 모든 것을 깡그리 엎어 버리고 평평한 토지를 만들고 나서 그곳에 아파트를 쑥쑥 올리는 모습은 왠지 폭력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간보다 먼저 자리 잡았던 산과 물까지 마음대로 유린하니 낯이 부끄럽기도 하다. 이 신도시 개발 앞에 가슴 설레는 이들도 많을 게다. 지금 대흥동 일대에는 이런 폭력적인 도시개발과는 전혀 다른, 설렘이 일고 있다. 조감도가 없으니 어떤 변화가 어떻게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 변화가 몹시 기다려진다. 가슴 떨리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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