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 등 인기 대중가수 앨범 편곡 그는?
에픽하이 등 인기 대중가수 앨범 편곡 그는?
  • 월간토마토 김의경
  • 승인 2011.08.12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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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감성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박아셀 인터뷰

쏟아지는 빗속 길을 걷나요?
내리쬐는 햇볕 아랠 걷나요?
그래요. 잠시 멈춰요
바람에 마음이 쉬도록

두 발이 젖어 힘겨운가요?
살며시 한 발을 그 길 위에 내디뎌 봐요
두 눈이 젖어 희미한가요?
두 눈을 감고 그 길을 걸어 봐요

앞이 잘 보이지 않나요? 상처가 아물지 않나요?
그래도 걸어가야죠. 그 길을 따라서 한 걸음 또 한 걸음씩
손끝에 잡히지 않아도, 회색빛 한숨뿐이어도
고인 눈물 닦고 다시 그 길을 걸어 봐요

- 박아셀 <길> 가운데 -

“나도 너처럼 아파.”

박아셀의 첫 솔로 앨범 <다시 그 길 위를>을 듣는 내내 일본영화 <란도리(laundry; 세탁소)>가 떠올랐다. 아마 영화 마지막 장면 때문일 것이다. 끝 자막이 올라가는 동안 한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돈다. 그 곁으로 여러 가지 일에 상처 받고 힘들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스쳐지나간다. 아무렇지 않게, 가끔은 일상적인 대화도 나누면서.

그 장면을 보면서 어쩌면 산다는 건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은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페달을 밟는 한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전거처럼 ‘삶’도 계속 어디론가 흘러가니까 ‘어찌 됐든 극복하며 살아야 한다.’라고.

그래도 가끔은 ‘왜 나만 폭우와 폭염 아래 끝도 없는 길을 가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럴 때 ‘바람에 잠시 멈췄다가 한 걸음씩 내딛어 보라.’는 박아셀의 노래는 큰 격려가 된다. 아파 본 사람이 하는 위로이기 때문이다.

“제 노래는 밝은 곳에 있으면 어둡고, 어두운 곳에 있으면 밝아요. 듣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상대적이거든요.”

그래서일까. 그의 노래엔 한밤 적막을 깨고 달려가는 앰뷸런스 소리처럼 가슴이 철렁 내려앉게도 하지만, 힘이 쭉 빠져있을 땐 다정히 어루만지는 묘한 매력이 있다.

곡 분위기가 대체로 환한 대낮보다는 두서없는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는 밤에 어울린다고 말하자, 박아셀은 실제로도 밤이나 이른 새벽, 비 오는 날 곡을 많이 썼다며 “곡에서도 그런 느낌이 묻어나나 봐요.”라고 했다.

솔직한 ‘박아셀’을 보여주다

음악을 좋아하는 독자 중에 ‘박아셀’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은 사람도 있을 터다. 비단 기독교적 색채가 폴폴 풍기는 흔하지 않은 이름이라서가 아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에픽하이, 넬, 박지윤 등 인기 대중가수 앨범에 편곡자로 참여했고, 2008년엔 프로젝트 그룹 ‘미스틱 퍼즐’ 멤버로 활동하며 자기 음악 세계를 꾸준히 알려왔기 때문이다.

3년 반 만에 온전한 자기 음악을 들고 등장한 그. 편곡이 내 음악이라 생각해본 적 없다고 하니 이번 앨범이 그의 말처럼 “속이 다 후련”했을 만도 하다.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 아니라는 그는 길을 걸을 때 들리는 바람소리, 새소리 같은 것들을 음악으로 표현했고, 결과적으로 박아셀이란 사람의 담백한 세계관이 담긴 앨범이 나왔다.

지난 7월 15일 북카페 이데 공연 전 박아셀과 마주했을 때도 ‘범생이’ 스타일의 반듯한 청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교회를 열심히 다닐 것 같은 이름과 겸손한 말투, 신중한 대화 등에서 더욱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그 전엔 힙합, 일렉트로니카 등 빠르고 발랄한 음악도 했었노라고 말했다. 궁금해져 ‘미스틱 퍼즐’ 시절 노래를 찾아보니 예상보다 훨씬 달달했다.

“미사여구 없는 음악으로 솔직한 나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음악 스타일이나 콘셉트는 바뀔 수 있지만 ‘박아셀’이란 사람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은 쭉 변함이 없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인 사랑 경험은 가사로 만들 수 없다는 그. 언뜻 자신이 추구하는 ‘솔직함’과 대치하는 것 같지만 솔직하고 싶기에 더더욱 할 수 없는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제가 유독 사랑 노래를 못 쓰기도 하지만, 사랑했을 때 기억은 제 것인 동시에 그 사람 것이기도 하잖아요. 만약 두 사람의 추억을 노래로 만든다면 그건 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닐 거예요. ‘사랑’ 그 자체에 관한 제 관념이나 세계관을 다룰 순 있지만 개인적인 사랑 노래는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이번 앨범에서도 그가 꼽는 유일한 사랑 노래는 <난>뿐이다. 그마저도 서정적인 가사에 정화된 나머지 잠시 처절하다가 이내 담담해지는 옛날 사랑 같다.

신기한 건 어떤 공통된 ‘의지’같은 것이 느껴진다는 거다. ‘나아가겠다는 의지’다. 쓰디쓴 이별뿐 아니라 자괴감에 빠질 때마저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살아가겠노라는 다짐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그의 노래를 통해 위로 받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창작은 첫 단계일 뿐”

항간에선 그의 미성과 섬세한 곡 분위기가 ‘넬(NELL)’, ‘이승환’, ‘메이트(mate)’와 닮았다고 평가한다. 사실 넬의 보컬 김종완이나 에픽하이 타블로 등과 친분이 매우 두텁기도 하다. 그러나 음악을 듣다보면 단순히 좋고 나쁨을 떠나 선배들과는 확연히 다른 그만의 무엇을 발견한다. 그것이 글쟁이가 지겹도록 말하는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이든, 한 꺼풀 정화한 서정적 가사와 멜로디든 간에 말이다.

이제 막 솔로 앨범을 낸 그에게 다음 앨범 계획을 물었다. 성급한 면도 없지 않으나 그의 음악을 들을수록 또 다른 노래가 듣고픈 욕심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박아셀은 “더 새로운 음악을 원한다고 느껴질 때 새 앨범 작업에 집중하지 않겠느냐.”라며 “창작은 첫 단계일 뿐 예쁘장한 포장은 집어 치우고 계속해서 진짜 나를 전하는 음악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음악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진정한 자기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은 모든 뮤지션의 공통적인 바람일 터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들으면서 어떻게 생활할지 상상하는 것이 진짜 재미있다.”라는 박아셀의 말에서 순수함을 느끼니 이거 참 ‘박아셀 앓이’가 시작될 조짐이다.

오빠처럼, 친구 같은 느낌으로

박아셀은 북카페 이데에서 공연하기 전에 경북 포항시에 있는 한 작은 공연장에 섰다. 소극장 공연은 물론 방송에도 출연하면서 아티스트 박아셀로서 자기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공연을 많이 한 건 아니에요(웃음). 그냥 밀폐된 공간보다는 자유로운 곳이 훨씬 좋아요. 관객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공연하면 그때만큼은 친구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아는 오빠나 동생이 들려주는 것 같거든요.”

인터뷰가 끝나고 공연은 시작됐다. 공연마다 비를 몰고 다닌다는 그의 우스갯소리처럼 이날도 비가 내렸다. 그의 진솔한 음악이 사람들 가슴에 스며들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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