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엔 나와 그림만 있다-구글 아트 프로젝트
그곳엔 나와 그림만 있다-구글 아트 프로젝트
  • 월간토마토 김수연
  • 승인 2012.03.09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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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을 이용한 세계 유명 미술관 탐방

호그와트행 열차를 타는 기분이었다. 내다보면 헤드위그(Hedwig)가 동그랗고 까만 눈으로 빤히 보고 있을 것 같았다. 날씨도 구리고, 기분은 더 구린데 같이 놀아준다고 나서는 이들도 구리기 그지없는 그런 날, ‘차라리 혼자 방에 박혀서 놀아야겠다.’ 싶은 분께 ‘호그와트행 급행열차’ 승차권 한 장, 추가요?

▲ 반고흐 미술관
플래시만 안 터뜨리면 찍는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 사진 한 장 찍는 것도 안 된다고 치사하게 굴던 세계의 미술관들이 2011년 ‘구글’에서 문을 열었다. 도도하게 굴던 것이 얄미워 침이라도 뱉어줄까 하고 열어본 ‘구글아트프로젝트’는 되려 침을 질질 흘리게 했다.

인터넷 검색만으로 세계명화를 볼 수 있는 것은 이제 놀라울 것도 없다. 작품의 이름만 기억한다면 3초면 뜨는 것이니까. 그런데 구글은 달랐다. 문자 그대로 버추얼 미술관 virtual museum 이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일단 왼쪽에 세계 유명 미술관 17개의 이름이 뜬다. 살아서 가볼 수는 있을까 싶었던 미술관 17개 중, 그나마 익숙하게 보이는 뉴욕현대미술관 MoMA, The Museum of Modern Art 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다.

▲ 구글 웹사이트에서의 내부안내 모습
클릭하니 배경이 바뀌면서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미술관 내부의 모습이 보인다. Explore the Museum이라고 쓰인 그림을 클릭하니 장관이다. 언제 볼 수 있으려나 싶었던 뉴욕현대미술관의 내부가 컴퓨터 안으로 짠하고 들어온다. 마우스를 움직이니 화살표가 생긴다.

혹시나 싶어 화살표를 누르면 나는 순식간에 ‘손가락으로 걷는 여자’가 된다. 지금 내 뒷모습은 살짝 웨이브가 들어간 긴 머리에 크림색 실크 원피스를 입은 허리가 잘록한 여자의 모습이다. 비록 머리띠로 고정하지 않아도 그냥 올라가 있는 기름진 머리를 한 것이 실제 모습일지라도 말이다.

▲ 구글에서의 뉴욕현대겔러리 내부모습
허리가 잘록한 그녀는 어느 그림 앞에 멈추어 선다. 작은 네모 안 +기호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니 그림 하나가 자세히 보인다. 오른쪽으로 손을 옮기니 그림을 확대해서 볼 수 있는 기능까지 있다. 지금 그녀는 폴 고갱의 The Moon and the Earth에 그려진 여자의 엉덩이를 확대해 보고 있다. 원한다면 이 엉덩이를 본인의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왼쪽 아래에 붙어 있는 Sign In 버튼을 누르고, 구글 계정에 로그인한다. ‘Create an Art Collection’을 누르면 그곳에서만큼은 뉴욕현대미술관의 작품이 아니라 나만의 전시작품이 될 수 있다. 그림의 정보를 더 알고 싶다면 오른쪽 위에 있는 <<i 버튼을 누르면 된다. Viewing Notes를 보면 작품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고, 미술관 안에 있는 작가의 다른 작품, 작가의 더 많은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모아 놓았다.

▲ 구글에서 i버튼 누르면 나오는 모습
그림에서 나와 다시 미술관 내부로 간다. 오른쪽 위에 있는 Navigate Floor Plan 버튼을 누르면 내가 지금 미술관 어디에 있는지 미술관의 구조가 어떤지가 나온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그림’과 ‘나’만 그 공간에 있다.

한시적으로 ‘보여주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유용한 사이트가 되길 바란다. 세계 미술관 중 우리나라 미술관도 하나 슬며시 들어가 있었다면 ‘호그와트’로 갔다 ‘해를 품은 달’로 돌아올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 사립미술관협회가 만든 한국판 ‘구글 아트 프로젝트’인 '코리안 아티스트 프로젝트'( www.koreanartistproject.com)가 지난 1월부터 본격 가동되고 있으니 지켜보아야겠다.
▲ 구글에서의 플로갱 모습
어린 시절 가장 먼저 했던 예술은 미술이다. 펜을 잡을 수 있는 순간부터 집안 곳곳을 도화지 삼아 휘젓는 모습을 보고 부모는 ‘피카소’의 환생이라고 믿으며 귀에 걸린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그 믿음이 깨졌을 때, 가장 먼저 멀어지게 되는 예술 또한 미술이다. 그만큼 어렵고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 미술관이 내 방안으로 찾아온다. 방법은 간단하다. 주소창에 혹은 검색창에 ‘구글아트프로젝트’만 치면 된다. 언제든지 나랑 놀아줄 미술관을 열일곱 개나 발견했다. 너도 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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