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성과 애기바위 전설이 깃든 세종시 노고봉...자연향기 흠뻑
노고성과 애기바위 전설이 깃든 세종시 노고봉...자연향기 흠뻑
  • 최형순 기자
  • 승인 2023.09.19 0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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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고봉 산행과 연계하여 부강면 문화재를 둘러보는 알뜰 여행 추천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노고봉은 세종시 부강면 문곡리와 등곡리에 걸쳐 있는 해발 305.5m 산이다. 부강면은 삼국시대에 고구려, 백제, 신라의 접경지로 군사적 요충지였다. 현재 확인된 성(城)은 무려 10개나 된다고 한다.

정상에서 김순자 캘리그라피 작가, 이은수 산악대장, 최형순 이사

노고봉 주변에는 삼국시대에 축조한 노고봉 산성, 애기바위산성, 화봉산성이 있다. 노고봉의 명칭은 늙은 시어머니가 쌓은 노고성에 얽힌 전설에서 유래한다.

노고봉 등산로는 경사가 완만한 편이며, 위험한 구간이 없다. 등산로 주변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우거져 있고, 대부분 흙산이어서 산책하기에 좋은 등산길이다.

그리고 등산로 곳곳에 벤치와 운동기구들이 있어 잠시 휴식하기에도 좋다. 노고봉은 탁 트인 조망은 별로 없지만, 계절마다 다양한 나무와 꽃들을 관찰하면서 산행을 즐길 수 있다.노고봉의 등산로는 크게 세 갈래가 있다.

1코스는 부강약수터에서 봉화대를 거쳐 노고봉을 오르는 길, 2코스는 등곡2리에서 화봉산성과 거북바위를 지나 봉화대를 거쳐 노고봉에 오르는 길, 3코스는 등곡1리에서 노고사를 지나 거북바위와 봉화대를 통해 노고봉에 이르는 길이다. 등산객들은 주로 등산로가 잘 정비된 1코스를 이용한다.

세종시 명산을 기행하는 모임(세종명산한바퀴)은 17일 반려견도 함께 열 번째 산행지 노고봉을 찾았다.

부강약수터 부근에 있는 공용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주차장은 무료이고 화장실과 운동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다. 주차장에서 노고봉 정상까지는 2.3km 거리이다. 등산로 입구에서 계단을 오르고 약간의 오르막을 걷다 보면 완만한 등산길이 이어진다.

초입 등산길은 야자매트로 잘 정비되어 있고 흙길이라 발걸음이 너무 편하다. 밤새 내린 비로 촉촉한 숲길을 걸으면서 자연의 향기에 흠뻑 빠진다.

등산로 곳곳에는 쉬어갈 수 있도록 벤치와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다. 등산로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있다. 천천히 20분 정도 오르면 오른쪽으로 조망이 열린다.

바로 아래에 부강산업단지가 있고, 금강을 가로지르는 3개의 다리들이 보인다. 금강 주변으로는 연동면 황우산과 금남면 부용봉이 보이고 그 사이로 저 멀리 전월산과 원수산이 조망된다.

조망터 옆에 있는 ‘산아 그리운 산아’ 시비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간간이 추석 벌초객들이 보이고 등산로에 떨어진 밤송이들이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한다.

산 중턱에 이르면 노고산성과 애기바위성 안내석을 만난다. 세종시로 편입되기 이전의 부용면 주민자치 위원회가 2010년에 설치했다. 곳곳에 바위들이 산재해 있다. 곧이어 노고봉과 애기바위 갈림길에서 작은 봉우리를 마주한다.

애기바위산성으로 보이는 봉화대이다. 등산객들은 이곳이 봉화대인지 알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곤 한다. 봉화대 오른쪽으로 가면 애기바위를 만날 수 있다. 왼쪽방향으로 틀어 노고봉으로 향한다.

봉화대

마지막 나무계단을 올라서면 늙은 시어머니가 쌓아서 노고성이라 불린다는 노고성의 전설 안내판이 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오랜 옛날 이곳에 힘센 장사 가족이 살고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시어머니와 며느리 모두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초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산신의 노여움을 사서 모두 힘을 빼앗기고 아버지와 아들은 죽고 말았다.

아들과 남편을 잃은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한집에서 살다 보니 매일 싸우고 언쟁을 벌였다. 이에 산신은 두 사람의 언쟁이 끝이 없으니 내기를 해서 지는 쪽이 집을 나가기로 했다.

내기는 시어머니는 노고봉에 성을 쌓고, 며느리는 널빤지를 써서 문주산을 허물어 곡식이 많이 나도록 밭과 논을 만들어 평지를 만드는 것으로 기한은 백일로 정했다.

노고성의 전설

그 결과 산신의 도움을 받은 며느리가 이겼다. 내기에 패한 시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이곳을 떠나 만뢰땅에 들어가 성을 쌓으며 여생을 보내다가 거기서 죽었다. 그때 시어머니가 쌓은 성을 노고성(老姑城, 늙은 시어머니성)이라 불리고 있다.”

드디어 노고봉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부는 정원처럼 널찍하고, 운동시설과 벤치, 정자가 설치되어 있다. 커다란 팽나무 한그루가 등산객을 맞는다. 정상에 서면 멋진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남쪽으로는 청주와 대전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계룡산 천황봉도 볼 수 있다.

노고봉 정상에서 탁 트인 조망을 즐기고 하산한다. 하산하는 길에 봉화대 왼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곧이어 만나는 갈림길에 애기바위 전설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애기바위에는 힘센 장사와 황소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 장수 전설이 내려온다는 내용이다.

애기바위의 전설

“아득한 옛날 하늘에서 이곳 노고봉의 정기를 받아 장사 하나를 내려보내기로 하고 힘센 황소에게 24개월 잉태시켜 노고봉으로 보냈다. 이에 장사를 잉태한 황소가 출산하는데 분만이 어려워 하늘에서 선녀를 내려보내 해산을 도와주기로 했다.

황소는 해산 자리를 정상에 있는 바위로 정하고 장수를 낳자 산이 흔들리고 무지개가 하늘로 뻗었다. 이에 선녀가 산바라지를 끝내고 하늘로 승천하자 바위에 앉았던 호랑이가 바위로 올라와 아기 장사를 에워싸고 호위했다.

이때 조산에 사용했던 가위 자리와 황소가 일어나 물을 마시던 발자국이 남아있다. 후세 사람들은 이 바위를 애기바위라 부르기도 하고 혹은 소머리 바위라고 부르고 있으며, 범이 앉아 이리떼의 접근을 막은 고을을 범 바위마을 또는 범벅골이라 이름 지어 전해오고 있다.“

거북바위

애기바위에서 화봉산성 방향으로 조금 더 걷다 보면 거북바위가 나타난다. 거북등처럼 갈라진 무늬가 있어서 거북바위라고 이름 지어진 듯하다.

거북바위에서 되돌아서서 다시 하산한다. 도란도란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걷다 보니 어느덧 등산로 입구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원점회귀 노고봉 산행을 마무리한다.

이번 노고봉 산행은 왕복 5km로 2시간 정도 걸렸다. 주차장 인근에 있는 순대국밥 식당을 예약하고 잠시 부강약수터를 둘러본다. 부강약수터 앞으로 문곡천이 흐른다. 부강 약수는 용출량이 많지만, 철분이 많아 식수로 부적합해서 지금은 음용하지 못한다.

부강 약수

세종시 부강면에는 노고봉 산성을 비롯하여 부강성당, 홍 판서댁, 부강초등학교 강당, 남성골산성, 부강 보만정과 검단서원 묘정비 등 국가문화재와 지방문화재로 지정(등록)한 문화유산이 꽤 많다.

최근에는 세종시(시장 최민호)가 정월대보름에 행해지는 등곡리 낙화놀이를 세종시의 대표적인 불꽃축제로 육성하고 있고, 부강약수터를 향토문화유산 지정 등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노고봉 산행과 연계하여 부강면 문화재를 둘러보는 알뜰 여행을 추천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다. 부강면에는 순대국밥, 매운탕, 뼈해장국, 자글자글 찌개 등 다양한 메뉴의 맛집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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