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에서 200원에 산 소설책 보며 꿈 키운 소년
헌책방에서 200원에 산 소설책 보며 꿈 키운 소년
  • 글 사진 송주홍
  • 승인 2012.10.26 1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넷 달군 <오래된 뿔> 10월 중 발간

 
▲ 소설가 고광률씨
“사람을 많이 사랑하고, 세상을 많이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말했으면 좋겠습니다.”
젊은 문학도에게 그가 전한 조언이다. “사람과 세상을 사랑하라.”는 말, 어쩌면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말 아니었을까?

인터파크에 연재하던 소설 하나가 한동안 뜨거웠다. 함께 연재 중인 여러 소설 중 최고조회를 기록하며 누리꾼 사랑을 독차지했다. 10월 중 발매한대서 봤더니 작가가 대전 사람이다. 다른 걸 다 떠나 ‘대전’이라는 말에 그저 반갑다. 주인공은 지역 소설가 고광률(52) 씨다.

지루할 틈 없는 속도감, <오래된 뿔>

10월 중 발매를 기다리는 소설 <오래된 뿔>은 5?18 민주화운동, 6월 항쟁을 소재로 한다. 특별한 계기라도 있는 걸까. 고광률 소설가는 다만,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단다.

▲ 오래된 뿔
“5?18 당시 대학교 1학년이었는데, 그땐 언론이 통제돼서 아무것도 몰랐어요. 나중에야 피와 땀이 만든 민주화 운동이었다는 걸 알았죠. 과거의 불의를 잊지 않고, 청산해야만 정의로운 미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역사의 영속성 속에서 살아가잖아요. 현재와 미래는, 결국 과거에서 오는 거죠. 알리고 싶었어요”

이 시대 지배 권력의 메커니즘과 그 속에 담긴 부조리. <오래된 뿔>이 전하는 메시지다. 묵직하다. 더욱이 전체 분량이 원고지 3,000매란다. 책으로 두 권 분량이다. 자칫 칙칙한 사회비판소설로 비칠 것 같은데, 인터넷을 들썩이게 한 힘이 뭘까. 고광률 소설가는 “감동과 교훈보단 재미를 우선순위로 놨다.”고 한다. 거대담론을 아무리 떠들어도 읽지 않으면 소용없단 얘기다.

지방지 기자의 살인사건.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와 속도감. 다각적 관점과 다층적 구조가 만드는 빠른 장면전환. 장대한 스케일에도 지루할 틈 없는, <오래된 뿔>이 가진 ‘힘’이다.

소재는 많은데 시간이 많지 않네요

중학교 2학년 때다. 헌책방에서 200원 주고 산 김동인의 <감자>, <배따라기>가 시작이었다. 책을 덮고 언젠가는 소설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단다. 그리고 1987년 <호서문학>에 단편을 발표하며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건 한참 후다. 스스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할 만큼 치열하게 살았다. 그러다 보니 소설 쓸 시간이 많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잡지사 일을 시작했어요. 어린이 잡지 창간에 참여도 하고, 국회의원 의정활동을 다루는 잡지사에서도 있었죠. 또 <현암사>라는 출판사에서 편집부장을 했어요.” 지금은 대전대학교 교육개발운영팀장으로 있다. 전업 작가가 아니어서 늘 시간이 부족하다. 근무 시간 외엔 집필 활동에만 매달리는 데도 그렇다.

▲ 소설가 고광률씨
전업 작가가 아니어서 얻는 이점도 있다. 다양한 직업을 통해 얻은 폭넓은 ‘안목’과 ‘경험’이 그것이다.
“동년배 문인을 만나면 시간은 많은데 소재가 없다고 난립니다. 저는 거꾸로 소재는 많은데 시간이 없어서 못 쓰고 있죠.웃음)”

젊은 문학도에게 한 마디

“대가(大家)가 아니라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기본이 튼튼한 글쓰기’를 했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공부하고, 끊임없이 경험해야 하죠. 또 자기 자아에 천착하지 말고 총체적인 시야로 세상을 바라봤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사람을 많이 사랑하고, 세상을 많이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말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충청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