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대전역사박물관
'공간' 대전역사박물관
  • 글·사진 송주홍
  • 승인 2013.02.0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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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터널

유성방면으로 도안길을 따라 가면 눈앞 풍경이 참으로 이색적이다. 오른쪽엔 비닐하우스가 끝없이 펼쳐있고, 왼쪽엔 고층 아파트가 불뚝불뚝 솟아 있다. 도안길 경계로 시골과 도시 풍경이 함께한다. 어제 위에 오늘을 덮어 어제를 지운 게 아니라, 어제 옆에 오늘을 이어 붙여 어제가 남아있는 느낌이다. 시간이 뒤섞인 느낌이랄까? 이 도안길 따라 가다가 좌회전해서 도안신도시를 가로지르면 진잠천이 나오는데, 그 뚝방 언저리에 삐까뻔쩍한 건물이 하나 있다. 이 건물이 대전역사박물관이다.

지난 2012년 10월 대전역사박물관이 개관했다. 1914년 4월 회덕군 일원과 진잠군 일부를 관할로 대전군을 처음 창설했으니, 이때를 대전 근대로 보면 꼭 100년 만이다.

사실 대전역사박물관은 오래 전부터 계획했다. 1991년 대전시립박물관을 준비하겠다며, 그 ‘준비기관’으로 대전 향토사료관을 개관했다. 하지만 행정 문제로 대전시립박물관 설립을 지연했고, 20년이 지나서야 대전역사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그 모습을 공개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모습을 드러낸 대전역사박물관. 어째 분위기가 묘하다. 도안길 풍경과 느낌이 흡사하다. 시간이 뒤죽박죽 섞인 느낌이다. 미래를 논의해야 할 것 같은 자태를 뽐내는데 역사박물관이란다. 뭔가 역설적이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이 건물은 원래 도시공사에서 도시계획 홍보관으로 지은 건물이다. 하지만 운영과 유지 문제가 생기며 시에 기부채납 했고, 활용 방안 논의 끝에 대전역사박물관이 들어서게 됐다. (자세한 내용은 본지 9월호 ‘향토사료관 대전역사박물관으로 이전’ 기사 참조) 이런 사연으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게 된 거다.

근데 이 어색하고 묘한 분위기가 썩 나쁘지 않다. 현대적인 외관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3층으로 안내한다. 3층에 펼쳐진 모습은 현대가 아닌 조선시대다. 3층에 있는 상설전시실에선 대전의 조선시대를 소개한다. 현대에서 시작해 조선시대로, 시간을 역행하는 순간이다. 시간. 역행한 시간은 다시 순행(順行)한다. 동선을 따라 이동하면 조선시대가 끝나고 대전 근대 모습이 펼쳐진다. 2층, 1층 그리고 다시 대전의 현대.

전시가 끝나는 1층에 다다르면 대전 전경을 보여주는 거대한 모형도가 있다. 그곳에 서서 대전 전경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사는 곳, 일하는 곳을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문득 드는 생각.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원하던 길로 맞게 가고 있는 걸까?’ 같은 미래에 대한 고민이다.

시간. 현대에서 과거로, 다시 근대로, 현대로, 그리고 미래로. 상설전시실 어딘가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시간을 성찰하다’ 그렇다. 대전역사박물관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끊임없이 시간을 말한다. 뒤엉킨 시간의 터널. 이 터널을 지나 다시 밖으로 나온다.

밖으로 나오면 대전역사박물관 뒤편에 물이 보인다. 갑천에서 흘러나온 진잠천이다. 삶의 터전엔 늘 물이 있었으니, 특별할 거 없어 보이지만 사실 박물관과 물은 어울리지 않는 조화다. 범람으로 침수 우려가 있고 습해서 박물관은 물가를 피해 짓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근데 위에도 말했듯 기본설계부터 박물관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조화가 이뤄졌다. 이 또한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그래서 대전역사박물관은 또 하나 매력을 갖게 됐다. 전국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든 ‘물가 박물관’.

다시 박물관 옥상으로 올라가 진잠천을 본다. 그곳에 서서 진잠천, 물의 흐름을 바라본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생각해본다.

주소 대전광역시 유성구 도안대로 398(상대동 488번지)
전화번호 042.270.8600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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