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5일로 예정됐던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을 "군사보장 합의서가 체결되지 않고 남측의 정세가 불안정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전격 취소했다.
부는 북한이 행사를 하루 앞두고 일방적으로 취소를 통보한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시했다.
북한은 24일 오전 전화통지문을 통해 "내일로 예정된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연결 시험행사를 취소한다"고 전해왔다.
북측은 전화통지문을 통해 "5월 25일 예정인 열차 시험운행은 군사적 보장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점과 남측의 불안정한 정세를 이유로 예정대로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북측은 그러나 남측의 불안정한 정세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은 시험운행 연기를 남측에 통보한 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측의 비정상적인 내부사태가 안정돼 분위기가 조성될 때까지 시간을 두고 열차 시험운행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남측의 불안정한 정세와 관련해 북측은 "남측에서 친미극우 보수세력들이 우리의 공화국기를 악질적으로 불태우고 6.15세력에게 매일같이 무모한 반격을 가해 나서며 나라의 정세를 극도로 험악한 대결과 전쟁방향으로 끌고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갑작스런 취소에 따른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따라 남북 당국간 합의로 55년만에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던 철도 시험 운행은 행사를 하루 앞두고 전격 취소되는 불행한 사태를 맞게 됐다.
남북은 지난 13일 당국간 합의를 통해 25일 오전 경의선과 동해선 구역에서 양측 인사 5백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차 시험운행을 갖기로 합의한 바 있다.
△ 정부 "남측 정세 운운한 것은 온당치 못해" 강한 유감 표명통일부는 북한이 행사 취소 소식을 알려온 뒤 이종석 장관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시험운행 일방 연기에 대한 통일부 성명을 발표했다.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침통한 표정으로 "시험운행에 대해 북측이 행사를 하루 남겨둔 시점에서 일방적으로 연기한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측이 "남측 정세를 터무니없이 운운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쌍방 당국간 구체적 행사 일정까지 합의된 상황에서 합의사항을 손쉽게 파기한 것은 남북간 화해 협력과 한반도정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 차관은 "우리는 예정된 철도시험운행이 무산된 책임이 북측이 있음을 밝힌다"며 "앞으로 열차 시험운행이 조속한 시일안에 이뤄지도록 북측은 성의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 北 군부의 '남북관계 속도 조절론'이 열차 시험운행 제동
북한이 일방적으로 열차 시험운행을 취소한 것은 북한 군부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측이 군사적 보장 조치가 체결되지 않은 점을 이번 시험운행의 취소 이유로 거명한 점을 감안할 때 북한 군부가 철도 시험행사를 최종적으로 취소시킨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군부는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열린 제 4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 NLL의 재설정 주장만 되풀이하면서군사보장 합의서 체결에는 미온적 태도를 보여 왔다.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이와관련해 "북한 군부가 이번 시험운행 행사에 소극적 입장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내 강경세력으로 지배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북 군부는 계속되는 미국의 금융제재와 인권공세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남북관계의 속도 조절을 요구하며 남북 당국간 합의사항을 묵살시키고 강력한 제동을 건 것으로 관측된다.
△ 북한 군부 입장 변화없는 한 남북관계 정체 불가피
이번 철도 시험연결 행사는 그간의 남북의 교류협력 관계를 한단계 더 끌어올 릴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도약 계기로 기대됐다.
그러나 북측이 시험연결을 양측 당국간 합의사항을 위반하면서까지 취소함에 따라 당분간 실질적인 협력 발전은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남북협력의 이정표가 될 철도 시험운행에 대해 북측은 "군사당국 사이에 군사적 보장조치가 취해질때까지시간을 두고 열차 시험운행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혀 북한 군부가 허락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당국간 합의도 무의미하게 됐다.
특히 북한의 초청에 의해 이뤄지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방북도 북한 군부의 동의를 받기 어려워 경의선 철로를 이용한 방북도 무산될 것으로 보이다.
또 남북 경제와 교류협력 분야에 군부의 입김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 현 단계 이상의 진전이 어렵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CBS정치부 구용회 기자 goodwill@c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