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15일 토요일 5시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천현지의 독주회 '페르소나'가 열린다. 연주자로서 활발히 활동 중인 그녀는 깊이 있는 해석과 섬세한 음악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천현지는 예원학교, 서울예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한 후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에서 석사와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다.
독일에서 드레스덴 필하모니, 라이프치히 중부방송교향악단 등과 함께하며 견고한 연주 경력을 쌓았다. 귀국 후에는 대전시립교향악단에서 비상임 수석으로 활동하고 고양예술고등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대전 아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악장, 자연의소리, 카바티나콰르텟, 베루스 트리오 등 다양한 오케스트라와 실내악 무대를 통해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독주회의 프로그램은 이영조의 「Honza Nori」, 야나체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아르보 패르트의 「Spiegel im Spiegel」, 엘가의 바이올린 소나타(Op. 82)로 구성된다. 이 곡들은 단순한 레퍼토리의 나열이 아니라, 각 작품이 지닌 감정적·서사적 요소를 통해 ‘페르소나’라는 주제를 심도 있게 탐구하는 방식으로 배치된 것 같다.
천현지는 이번 독주회를 통해 음악이 단순한 연주를 넘어, 개인의 정체성과 감정을 담아내는 하나의 ‘가면(페르소나)’이 될 수 있음을 표현하고자 한다. 천현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페르소나'라는 제목을 선정한 이유와 이번 독주회의 전체적인 기획 의도는 무엇인가요?
2년 전까지 저는 연주자로서 작곡가와 관객 간의 '브릿지' 역할에 집중해 보다 학구적인 자세로 관객분들에게 좋은 작품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통해 저라는 연주자의 역량을 최대한 들려드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6번의 독주회를 거치고 이제는 제 이야기를 조금씩 들려드리며 관객분들과의 진정한 소통으로 더욱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작년에는 '시'라는 주제로 인생의 전반적인 희로애락을 노래하며 관객분들로 하여금 상상력을 발동시켜 저마다의 인생을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올해는 '페르소나'라는 주제를 통해 개인적인 저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들려드리며 관객분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나아가 저의 이야기로 위로와 안식을 드리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주제로 선정했습니다.
Q. 각 작품이 독주회의 주제와 어떻게 연결되나요? 특히, 한국 작곡가 이영조의 작품이 포함된 의미는 무엇인가요?
전체적인 스토리는 이영조 선생님의 혼자놀이를 통해 죽음과 인생을 줄곧 사유하는 나를 직면하고, 전쟁 중에 작곡된 야냐 체크의 소나타를 통해 저의 혼란스럽던 시기를 이야기한 후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로 다시, 좀 더 차분하고 심도 있게 저의 정체성에 대해 탐구, 마지막으로 엘가의 소나타로 결국 저의 페르소나는 사랑으로 귀결됨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스토리에서 이영조 선생님의 곡은 한국인인 저, 인생과 죽음에 대해 줄곧 사유하는 저의 인생과 일맥상통 하는데다가 무반주로 독백처럼 독주회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첫 번째 곡으로 선택했습니다.
Q. 야나체크와 엘가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각기 다른 문화적, 음악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데, 두 곡을 한 프로그램에 배치한 의도가 있나요?
전쟁의 혼란스러운 상황 가운데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희망을 가지며 작곡된 야냐 체크의 곡과, 긴 투병생활 후 전원을 보며 영감을 받은 엘가의 사랑이 가득 담긴 노래가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기승전결에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습니다.
Q. 아르보 패르트의 Spiegel im Spiegel은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곡인데, 이 곡이 독주회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나요?
자아를 찾아가기 위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명상의 시간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와 관객분들에게 모두 거울에 반사된 나를 직면하며 개인의 진짜 모습과 정체성을 깨닫는 순간을 만들기 위해 배치했습니다.
Q. 연주자로서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가장 도전적이었던 부분과 관객에게 가장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연주자로서, 그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저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려드린다는 게 처음에는 꽤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평소 내향적인 저는 친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누군가에게 속에 있는 깊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어려워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솔직하고 개인적으로 관객분들에게 다가가고 싶었고 그것이 연주자의 연주로 표현될 수만 있다면 저는 너무나도 행복한 음악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때문에 긴 프로그램 노트에는 저라는 사람에 대한 스스로의 많은 생각들과 깨달음, 그리고 부끄러운 부분까지 모두 담겨있는데, 이를 먼저 읽어본 남편이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였으니 아마 저에겐 엄청난 도전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을 테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에 이야기합니다. 이로써 관객분들에게도 각자의 사랑으로 저마다의 페르소나를 감싸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천현지가 펼쳐낼 이번 독주회는 단순한 기교적 연주를 넘어, 음악을 통해 내면을 탐색하는 여정을 관객과 함께 나누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세한 공연 정보는 대전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