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의 월요이야기] ‘폭싹 속았수다’
[최민호의 월요이야기] ‘폭싹 속았수다’
  • 최형순 기자
  • 승인 2025.05.07 2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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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는 아내의 흘러내린 흰머리가 흘러간 지난 세월을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유튜브를 검색하다, “한국은 끝났다(South Korea is over.)”라는 어느 영어 유튜브를 넋놓고 보았습니다.

축사하는 최민호 세종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혹여 작금의 우리 정치 상황을 빗댄 내용인가 싶었는데, 막상 들어보니 더 심각한 우리의 문제를 그려낸 것이었습니다. 내용인즉,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실감나게 걱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한국의 출산율만큼 낮은 수치는 인류 역사상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출산율은 한 여성이 평생 갖는 아이숫자를 말하는데, 2023년 0.72명을 기록하였다. 서울은 더 낮아 0.55명을 기록하고 있다.

1960년대까지 6명의 아이를 갖던 한국 여성들이 평생 0.72명의 아이를 갖는다면, 예를 들어 100명(50명의 여성과 50명의 남성)의 인구를 상상하면, 다음 세대에는 36명의 인구로 줄어들고(50명의 여성이 0.72명의 아이를 낳으니까),이같은 출산율이 진행되면 그 다음 세대는 13명, 그 다음에는 5명의 인구로 줄게 된다. (인구가 최소한 현상유지되기 위해서 필요한 출산율은 2.1명이다.)

결국 2060년에 이르면 한국의 인구는 30%가 줄게 되어 불과 35년만에 1,600만명이 감소하게 되면서, 동시에 고령화가 진전되어 인구의 2분의 1이 65세 노인이 된다.

25세 미만 청년은 10명중 1명도 되지 않고, 영유아는 점점 더 줄어 인구 100명당 1명도 되지 않으며, 거리는 이상하게 조용하고, 밖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기가 어렵게 되면서 텅 빈 도시와 마을이 속출하며 많은 노인들이 혼자서 살게 된다.

혼자서 살 뿐만 아니라 점점 빈곤에 시달리게 된다. 2023년에 노인인구의 40%는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 비율은 점점 더 늘어나 노인들은 갈수록 가난하게 된다.

한국의 국민연금기금은 현재 약 7,300억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큰 펀드 중의 하나이지만, 2040년에는 기금성장이 멈출 수 밖에 없고, 2050년에는 기금이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

연금이 유지되려면 은퇴자 한 명당 최소 2~3명의 노동자가 필요한데, 2060년에는 15세 이상의 모든 사람이 일을 해도, 노인 1명당 노동자가 1명에 이르지 못한다.

그러니 노인들의 빈곤은 갈수록 심화되어 노인들이 일을 하지 않으면 자기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

2060년에 65세가 되는 노인들은 현재 30세의 젊은이들이다. 결국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청년들의 미래는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일 뿐이다.

이것은 마치 기차와 같이 갑자기 들이닥친다. 멀리서 소리가 들리고 그 다음 기차가 들어서는 것이다. 소리가 들릴 때는 이미 피할 때가 늦은 것이다.

한국은 이제야 기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간 저출산 문제에 안이하게 대처하다 서두르고 있지만, 때는 이미 늦은 것 같다.(South Korea is over.)”

정말 믿어지지 않고 믿기 어렵지만, 통계적으로는 정확한 내용이었습니다. 망연했습니다.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외국에서 더 우리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 손에 잡히는 듯 했습니다. 정말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청년들은 아직도 기차소리조차 듣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지금의 자유와 수입이 계속해서 지속되리라 생각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년부터 우리 세종시에서 젊은이들의 인연만들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세종시는 시민들의 평균연령이 39.1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입니다.

당연히 결혼 적령기의 선남선녀들도 다른 도시들 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세종의 선남선녀들은 뜻밖에도 만날 기회가 없었고, 서로를 알아갈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가 나선 것입니다. 세종연결(世宗戀結). “세종에서 사랑을 이어준다”는 뜻입니다.

해가 갈수록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80명 모집에 326명이 지원하더니, 올해는 80명 모집에 597명이 신청했습니다.

저는 얼마 전 간부회의에서 세종연결 프로그램을 예산을 늘려서라도 횟수를 늘릴 것을 지시했습니다.

어려운 재정여건이지만, 유튜브에서 외국인이 지적한 것처럼 ‘막연히 어떻게 되겠지...’ 하는 소 닭 보듯 하는 대책으로는 불을 보듯 청년들의 미래의 불행과 빈곤이 실감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보다 4배 정도 더 많은 인연만들기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물론 규모뿐만 아니라, 내용도 더 알차게 준비하도록 할 것입니다.

5월은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사랑과 존경을 담은 가정의 달입니다.
가정은 사회의 기초 단위입니다.

가정의 밑바탕엔 사랑이 존재합니다. 사랑으로 결합한 남녀가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아 사랑으로 양육하고, 부모의 사랑 속에 자라난 아이가 어버이를 공경하는 사회가 바로 기본이 바로 된 사회입니다.

모쪼록 세종연결(世宗戀結)을 통해 많은 청년들이 만남의 기회를 갖고 서로를 알아가며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랑을 만들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 글을 쓰는 어린이 날 새벽, 아직 잠들어 있는 아내의 얼굴이 새삼 다시 보입니다. 예쁩니다. 꿈 많던 처녀가 제게 시집와 40년이 흘렀습니다.

아이들도 어느덧 곱게 커서 부모가 되었습니다. 딸은 일 있을 때마다 안부를 물으며 전화합니다. 큰 딸은 재산 밑천이라는 말이 맞기만 한 딸입니다. 거의 매일 아침 미국에 있는 아들 가족과 별 내용도 없는 시시껍질한 영상통화를 합니다. 행복합니다.

잠자는 아내의 흘러내린 흰머리가 흘러간 지난 세월을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폭싹 속았수다...(너무도 수고 하셨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5월의 새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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