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에 모인 사람들_지속가능한 장기 플랜 필요하다
사랑방에 모인 사람들_지속가능한 장기 플랜 필요하다
  • 정리 송주홍 사진 이수연
  • 승인 2013.05.3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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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 문화부 기자가 말하는 대전 문화예술

진행 이용원 편집실장 / 참여 최신웅 대전일보 교육문화부 기자, 박수영 중도일보 문화독자부 기자, 최정우 충청투데이 문화과학부 기자, 강선영 금강일보 경제문화부 기자 

건물 짓는 게 능사는 아니다

이용원- 오늘은 지역 일간지 문화부 기자와 대전 문화 전반에 관해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먼저 대전 문화계 현안 중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일까요?

▲ 최정우 충청투데이 문화과학부 기자


박수영- 작년부터 이슈였던 문화예술센터나 국악전용공연장이 올해도 중점적으로 이야기 나오고 있어요. 국악전용공연장도 결정은 됐는데, 운영주체라든가, 건물 내부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등 세부적인 사항이 여전히 논의 중이더라고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하드웨어 사업이 중요 이슈인 것 같네요.

최신웅- 시에서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실외 원형공연장에 클래식음악전용홀 지으려고 추진 중이던데, 예산 규모가 크더라고요. 이거 관련해서도 말이 많은 것 같아요. 원도심 관련해서는 익사이팅 대전이 있는데, ‘이런 것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어요. 문화재단 얘기도 나오고요. 아무래도 문화재단 예산 규모가 커지다 보니 ‘그만큼 권력 집중 현상이 생기는 거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최정우- 원도심이 가장 큰 이슈인 것 같아요. 사업만 하면 원도심이라는 단어가 수식어처럼 붙는데, 그게 나중에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해요. 말만 번지르르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고요. 원도심 관련 사업을 가장 신경 써서 보고 있습니다.

강선영- 이번 민선 5기 들어서 문화예술센터, 국악전용공연장, 클래식음악전용홀 지으려고 하는데, 말은 대전 문화예술 발전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이게 예산투자 대비 문화예술 발전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우려스러워요. 사실 문화예술이라는 것이 하드웨어에 예산만 투입한다고 되는 건 아니잖아요?
▲ 최신웅 대전일보 교육문화부 기자


박수영- 맞아요. 클래식음악전용홀만 봐도 시에서 밀어붙이고 있는데, 실제로 음악 관계자 얘기 들어보면 이렇게 지을 거면 안 짓는 게 낫다고 말해요. 시에서는 공연장이 포화상태라서 만든다고 하는데, 10년만 멀리 봐도 이렇게 급하게 추진하는 게 옳지는 않거든요.

이용원- 클래식음악전용홀 얘기가 나온 김에, 시에서 문화예술 예산 관련 클래식 예술이나 시립예술단, 시립 하드웨어 운영에 너무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는 지적도 있던데, 현장에서 보기에는 어떤가요?

최정우- 최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계자를 만났어요.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 클래식에 너무 편중하는 것 같다고 물으니까 “그건 대전 예당만의 색깔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고 하더라고요. 각 지역 예당마다 색깔이 있는데, 대전예당 색깔은 클래식이라는 거예요. 대전에 클래식 인프라도 많고, 클래식 공연 객석 점유율도 높다는 거죠. 확인차 관련 자료를 요청해 확인해보니 수긍하기 좀 어려운 주장이더라고요. 다양성 측면에서 봤을 때 만년동이 클래식존으로 굳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강선영- 근데 그 색깔이라는 것도 별로 신뢰가 안가는 게, 취임하는 관장이 무엇을 전공했느냐에 따라서 그 색깔이 시시각각 바뀌는 것 같더라고요. 관장이 음악 전공했으면 음악 공연이 많고, 악기 전공했으면 악기 공연이 많아지는 식으로요. 사실 관장이 누구냐에 따라서 예당 색깔이 바뀐다는 게 말이 안 되거든요.

정책 기획자, 예술인 양방 고민 필요하다
▲ 강선영 금강일보 경제문화부 기자


이용원- 예, 그럼 주제를 바꿔 아까 잠깐 문화재단 얘기가 나왔는데, 요즘 문화재단을 보면 예산 집행 대행도 많고,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정책도 많은 것 같습니다. 문제는 문화재단 최근 동향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견해가 있더라고요. 가령 대민 교류나 소통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 추진한다는 얘기도 있고요. 문화재단이 주요 출입처 중 하나일 텐데, 어떻게 보고 있나요? 문제점이라든가, 문화재단에 기대하는 게 있을 텐데요.

강선영- 재단에서 근무하는 인력에 비해 담당하는 사업이 너무 많아요. 시에서 주는 사업도 해야 하고, 재단도 자기들 나름대로 무언가를 해야 하니까 중구난방으로 정리가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거기다가 직원들 근속연수도 짧고 자꾸 바뀌니까 뭔가 자리가 안 잡히는 모습이에요.

박수영- 눈에 보이는 것만 봐도 재단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재단이 생기고 현재까지 정책팀장이 거의 1년에 한 번꼴로 바뀌고 있거든요? 그것만 봐도 재단 정책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미래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거예요. 또 하나 문제가 재단이 집중적으로 밀어붙이는 아티언스 프로젝트예요. 그게 대전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는 동의해요. 근데 작년에 실제로 보고 실망이 컸어요. 아티언스라는 게 결국 예술과 과학의 결합이잖아요. 하지만 상식적으로 예술가와 과학자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거든요. 그걸 억지로 결합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 기초적인 거 먼저 해결해야 하는데, 그게 아쉽죠.

이용원- 첫 시도이니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철학적 배경이나 바탕을 잘 잡고 출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죠. 기술적으로만 표현하려다보니 그런 현상이 나온 것 같습니다. 그럼 원도심으로 넘어와서 익사이팅 대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작년보다 투입하는 예산도 커졌는데요.
▲ 박수영 중도일보 문화독자부 기자


최신웅- 작년 익사이팅 대전을 보면 원도심에 거주하는 예술인과의 교감은 없고, 돈만 풀어서 잠깐 흥하고 끝나버리는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양쪽 모두 만족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됐던 거죠. 올해는 어떨지 나름 모니터 해볼 계획이에요. 작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면 문제제기도 할 생각이고요.

강선영- 작년에 익사이팅 대전을 유심히 봤는데, 하는 척 하는 팀이 많았어요. 노래 하나 부르고 시에 제출해야 하니까 사진 한 장 찍고 끝나버리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도대체 왜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공무원들도 작년 모습을 봤다면 올해 8억 원이라는 예산을 또다시 투입하지는 않았을 텐데, 작년 모습을 보긴 한 건지 의심스러워요.

최신웅- 시에서는 익사이팅 대전을 통해 사람들이 모이면 식당도 가고 돈도 쓰니까 원도심 내수시장이 활성화될 거라고 말해요. 원론적인 얘기일 수 있는데, 사실 문화를 경제활성화 도구로만 보는 시선, 그 시선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익사이팅 대전에 대한 근본적인 취지를 재검토해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이용원-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번 왜 이럴까요. 물론 문화예술 관계자들은 익사이팅 대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해요. 그나마 예산이 풀려 못했던 전시도 하고 활동도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계속 얘기하듯 예산 대비 효과가 있냐는 거죠. 또 하나 문제는 대전시에서 대전 문화예술 역량을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보면 알겠지만 사실 대전 문화예술 인프라 수준이 그리 높지 않거든요. 이런 부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최정우- 문화 정책 관련해서 문화바우처카드도 문제가 있어요. 문화바우처카드에 대한 5개구 배급율이 97~98%인데, 정작 이용률은 40~60% 수준이거든요. 그것만 봐도 카드를 제대로 안 쓴다는 거잖아요. 혹은 쓸 줄 모르거나, 쓸 수 있는 가맹점이 마땅치 않거나. 그런데도 아무런 사전대책 없이 무조건 사업만 추진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에요.

강선영- 문화예술센터에 예총과 민예총, 문화재단이 모두 들어가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나마 그런 단체가 원도심에 있어 단체를 중심으로 문화예술인이 모이고 원도심이 활성화 되었던 건데, 문화예술센터로 다 들어가 버리면 원도심은 어쩌자는 건가 싶어요.

이용원- 사무실이 필요했다면 원도심 건물을 인수해서 리모델링하면 되거든요. 굳이 있던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지어서 이 단체, 저 단체 불러들이는 게 과연 옳을까요? 제가 보기엔 예산 몇 백억을 너무 성급하게 투입하는 거 같습니다.

박수영- 몇몇 예술인도 문제 있어요. 매번 뭘 바라기만 하잖아요. 저는 이해가 안 가요. 그럼 예산 안 받으면 예술 안 할 건가요? 시 예산에만 의지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는 않더라고요.

이용원- 예술인 사이에도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예술인에게 공적 예산 투입은 독약일 수 있다고요. 자꾸 예산을 받다보니까 자생력을 잃어버리는 거죠. 근데 정작 문제는 예술 영역에도 권력이 생기고 기득권이 생기다보니 신진예술인은 혜택을 못 받고 기존 예술인만 혜택을 받는다는 거예요.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역량을 파악하면 어디에 예산을 투입해야 할지 딱 나오는데 그런 거 없이 범용적으로 투입하다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박수영- 맞아요. 대전 문화예술 문제가 줄을 타고 라인을 밝는다는 거예요. 현재 미술 쪽은 모 대학 출신이 꽉 잡고 있는데 오죽하면 그 대학에서 미술 공부하는 학생 하나가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졸업하고 미술협회에 안 들어갈 거라고요. 미술협회 들어가는 게 결국에는 정치적인 거니까 답습하고 싶지 않은 거겠죠.

강선영- 근데 시에서도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시청에 찾아오고 민원 넣고 사업 예산 달라고 하는 예술인이 원로밖에 없으니까 그들에게 줄 수밖에 없다는 거죠.

이용원- 종합하면 문화예술 영역에 대한 장기적인 플랜이 없다는 게 핵심인 것 같습니다. 줄기를 가지고 5년이든 10년이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단체장이 바뀌거나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사업 방향도 같이 변하는 게 문제인 거죠. 그렇다보니까 누적예산은 엄청난데 그만큼 효과는 없는 거고요. 문화영역에 예산과 시간이 축적하는 만큼 역량이 성장해야 하는데 제자리걸음인 거죠.
▲ 단체사진
대전에서 문화부 기자로 산다는 건

이용원- 그럼 이번에는 지역에서 문화부 기자로 산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얘기해볼까 합니다. 어려움이라든가, 보람은 무엇인가요?

최정우- 보람보다는 욕만 먹는 것 같습니다. 한 번은 ‘연극계 젊은 세대가 서울로 간다.’라는 기사를 썼는데 다음날 바로 저에게 그 얘기 해주신 분이 전화를 하더라고요. 왜 그런 기사 쓰냐면서요. 그런 것도 그렇고 다른 일간지는 모르겠는데, 저희는 1고 올릴 때 무조건 문화가 4순위예요. 정책적인 거나 물어뜯는 기사가 아니면 항상 4순위죠. 문화부에 대한 소외가 심해요.

최신웅- 중앙지는 공연작품에 대한 심도 있는 기사를 쓰잖아요? 그런 게 문화발전 역할을 하고요. 미술 관계자나 예당이나 극단 분들이 “지역 언론 중 리뷰 쓰는 데가 없다.”라고들 말해요. 사실이죠. 근데 그런 걸 실어줄 지면이 없어요. 쓰고 싶어도 지면 배정이 안 되니까 안타깝죠. 지역 언론사 구조의 문제, 한계인 것 같아요. 그래도 나름 보람은 있어요. 최근에 신진예술인을 분야별로 인터뷰하고 있는데 그런 건 보람이에요. 이렇게라도 신진예술인을 소개하니까 기성 예술인과의 소통도 유도할 수 있고요.

박수영- 문화부 기자라고 하면 멋있어 보이고, 공연 보고 와인 마실 것 같다고들 말해요. 저는 문화부에서 3년 정도 했는데 사실 실망 많이 했어요. 그런 건커녕 예술인 만나면 매번 배고프다, 힘들다는 얘기만 들으니까요. 그 얘기가 결국은 예산 받고 싶다는 얘기거든요. 3년을 그런 얘기만 들으니까 솔직히 질리더라고요.

강선영- 저는 이제 문화부 생활이 1년 넘는 단계라서 재밌는 시기인 것 같아요. 제가 처음 문화부 기자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문화에 문외한이었거든요. 문화적 혜택을 못 받고 자란 세대라서요. 그래서 작년에 멋모르고 현상만 보고 기사를 썼었죠. 근데 올해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앞뒤를 보고 쓰는 단계가 된 것 같아요. 차츰 대전 문화에 알게 되니까 내가 아는 걸 시민에게, 독자에게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거에 재미 붙이고 있어요.

월간 토마토 창간 6주년을 축하하며

이용원- 마지막으로 오늘 좌담 내용이 5월호에 실리는데, 이번 5월호가 월간 토마토 창간 6주년기념호입니다. 지역 4대 일간지 문화부 기자에게 축하인사 한 마디 듣고 싶습니다. 조언도 좋고요.

강선영- 아침에 월간 토마토 읽고 왔는데, 참 좋은 거 같아요. 잡지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 모든 걸 감내하면서 6년 동안 지속했다는 게 대단해요. 일단은 축하드리고 자부심을 가지셔도 될 것 같아요. 문화예술 쪽에서는 월간 토마토가 큰 비중을 차지하잖아요. 꼭 필요한 잡지라고 생각해요. 우리도 이런 기사 쓰고 싶은데, 한계가 있다 보니까 아쉬움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월간 토마토에서 잘 채워주는 것 같아 늘 고마워요.

최신웅- 대전 와서 이런 문화잡지를 처음 봤어요. 기존 예술잡지는 딱딱하다는 느낌이 많았는데, 월간 토마토는 산뜻한 것 같아요. 쉽게 손이 가면서도 또 내용은 그렇게 가볍지 않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월간 토마토 보며 취재 아이디어도 얻고 있거든요. 그런 상호 보완할 수 있는 관계를 지속했으면 좋겠어요.

박수영- 저희는 기사로 다룰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어요. 관 주도의 정책 관련 기사를 쓸 수밖에 없거든요. 근데 월간 토마토는 사람 사는 이야기, 인간적인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쓰고 싶었던 기사도 그런 기사라서 월간 토마토를 보며 대리만족하고 있어요.

최정우- 일단은 축하합니다. 저희가 못하는 걸 하니까 정말로 감동적이에요. 쭉 봤는데, 감춰진 얘기, 훈훈한 얘기가 많더라고요. 그런 숨은 이아기를 월간 토마토에서 앞으로도 다뤄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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