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우울증의 새로운 기전 규명
IBS, 우울증의 새로운 기전 규명
  • 이성현 기자
  • 승인 2025.10.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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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모델에서 뇌 O-당쇄화 변화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 전략
우울증 모델에서 뇌 O-당쇄화 변화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 전략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우울증의 새로운 기전을 규명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 이창준 단장, 이보영 연구위원 연구팀은 만성 스트레스가 뇌 전전두엽에서 단백질에 붙은 당 사슬(당쇄)을 교란해 우울증을 유발하는 뇌 분자 기전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단백질의 기능과 안정성을 조절하는 ‘당쇄화(glycosylation)’에 주목했다.

당쇄화는 단백질에 작은 당 사슬이 붙어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바꾸는 과정으로 암·바이러스 감염·퇴행성 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서 중요한 분자 기전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중 ‘O-당쇄화(O-glycosylation)’는 세포 간 신호 전달과 신경 회로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관여하지만, 뇌 질환에서의 역할은 최근에야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연구팀은 먼저 고성능 질량분석기를 이용해 정상 생쥐의 뇌 9개 영역의 O-당쇄화 조성과 양상을 정밀 분석해, 뇌 부위마다 서로 다른 당쇄화 특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후 만성 스트레스 모델 생쥐의 뇌를 정상 뇌와 비교한 결과, 전전두엽을 포함한 일부 영역에서 O-당쇄화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단백질에 붙은 당 사슬 말단에 시알산(sialic acid)이 덧붙어 안정성을 높이는 시알산화(sialylation)가 줄어들고 이를 담당하는 당전이효소 St3gal1의 발현이 감소했다.

이어 연구팀은 이 효소의 감소가 실제로 우울증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정상 생쥐와 스트레스 모델 생쥐의 전전두엽에서 효소 발현을 조절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정상 생쥐의 전전두엽에 효소의 발현을 억제하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음에도 의욕 상실, 긴장 증가 등 우울증 증상이 나타났다. 반대로 스트레스 모델 생쥐의 전전두엽에서 효소의 발현을 증가시키자 우울증 증상이 완화되는 결과를 확인했다.

이는 St3gal1 효소의 감소가 우울증 증상을 직접 유발하고 조절하는 핵심 분자 요인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연구팀은 단백질 분석과 전기생리학적 신호 측정 실험을 통해, St3gal1 감소에 따라 신경세포 연결 단백질인 뉴렉신2(NRXN2)의 당 사슬 구조가 불안정해지고, 뇌 회로의 균형을 유지하는 억제성 신경세포의 기능이 저하되는 것도 확인했다.

즉 작은 당 사슬의 변화가 뇌 회로의 연결과 균형을 담당하는 핵심 요소 모두에 영향을 미쳐, 결국 감정 조절 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이창준 연구단장은 “우울증은 사회적 부담이 큰 질환이지만 기존 치료제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이번 성과는 우울증 치료뿐만 아니라 PTSD, 조현병 등 다른 정신질환 연구로 확장될 수 있어 보다 광범위한 치료 전략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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