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 체제의 출범과 동시에 여당 내부에서 부동산정책에 대한 변화 필요성이 거론되는등 참여정부의 정책기조를 둘러싼 당청간 균열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이같은 변화 움직임은 김근태 의장 체제를 출범시켰지만 무엇보다도 5.31 지방선거 참패에서 나타난 민심의 현주소가 여당의 개혁방향과 맞지 않았다는 자성론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특히 비상지도부 출범 이후 청와대와 정부가 “현행 유지”를 고수하고 있는 정책현안들에 대해 여당내부에서 수정과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기 시작했다.
김근태 의장이 12일 현충원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제민지산(制民之産)-국민의 생업을 안정시키는 것이 정치의 근본”이라는 글을남긴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은 이날 의장 직속의 특별기구로 <서민경제회복 추진본부>를 구성하는등 민생우선의 거당적인 정책변화를 예고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앞으로 추진본부에 경제에 탁월한 식견을 가진 비중있는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서민우선론’에 힘입은 탓인지 여당 내부에서는 현행 부동산 정책의 수정 필요성이 본격 제기됐다.
사실 부동산문제는 말그대로 중산층과 서민층의 민생현안이다.
실제로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주택보유세 강화를 골자로 한 현행 부동산 정책기조를 부분적으로나마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비상지도부의 일원인 김부겸 의원은 12일 “정부가 정책일관성 때문에 현행 부동산 정책의 유지를 주장하는지는 몰라도 열린우리당으로서는 고민을 해야 한다“면서 ”계급장을 떼고 치열하게 토론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정책수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단지 집을 오래 보유하고 있었을 뿐인데 지역의 집값이 뛴다는 이유로 투기꾼으로 몰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느냐‘는 서민들의 불만이 많다고 지적했다.
‘계급장을 떼고 치열하게 논쟁하자’는 말은 지난 2004년 당시 김근태 원내대표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한 노무현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당 지도부의 한사람인 김부겸 의원이 “계급장을 떼고 논의하자”고 한 것은 당연히 ‘청와대를 의식한 발언’이다.
또 국회 건설교통위원장인 이호웅 의원도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주택가격이 높다고 해서 1가구 1주택에도 보유세를 과다 부과하는 것은 부작용이 많다“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배려하는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처럼 여당의 임시지도부인 비대위원들의 입장표명은 현행 정책기조를 고수하겠다는 정부측과 현격한 시각차이를 드러내는 것이어서 당청간, 그리고 당정간 정책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보이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5.31 지방선거 참패이후 여당 내부에서 부동산 세제의 미세조정 필요성-이른바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와 종부세 완화방침-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청와대는 이날 <청와대브리핑>에 실은 부동산특별기획시리즈를 통해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부담을 낮출 경우 최근 집값상승으로 양도세 부담이 늘어난 주택에 혜택을 주게 되는 만큼 가격상승률이 낮은 지방주택과의 역차별이 나타나게 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청와대는 또 종부세가 세금폭탄이라는 비판과 함께 종합부동산세의 완화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재산세 과세의 형평성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청와대는 거래세 인하문제는 전체 세수의 증가규모를 추정한 뒤 관계부처와 개선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른바 청와대와 정부 입장에서는 “정책의 후퇴나 변질”로 비춰지는 부분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반면 열린우리당은 민생의 현주소에 따라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실용주의 노선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은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참여정부의 대표적 정책 가운데 하나인 만큼 궤도수정여부를 놓고 앞으로 당청간 대립각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최근 정치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경우도 당청간에 미묘한 입장차이가 나타나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김근태 의장은 지난달 “준비없이 한미 FTA를 밀어붙여서는 곤란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12일 인터넷포털업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개방하고 교류했던 역사가 성공했었다”면서 한미 FTA문제에 대해 아무런 입장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적극적인 추진입장을 밝혔다.
또한 대표적인 재벌정책인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해서도 여당 일각에서는 즉각적인 폐지론이 나오고 있는 반면 청와대와 정부측은 일단 올 연말까지는 출총제를 시행한 뒤 추후에 존폐여부를 논의하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청와대가 표면적으로는 제도의 폐지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의장의 경제철학과 정책운용의 방법론을 둘러싼 시각차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예정된 노 대통령과 김 의장의 회동을 통해 어떻게 입장이 조율될 지에 따라 전반적인 당청관계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고, 또 오는 21일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연설에서 참여정부의 정책기조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도 주목된다.
CBS정치부 박종률 기자 nowhere@c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