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게’ 끝나지 말아야
‘짧고 굵게’ 끝나지 말아야
  • 홍세희 기자
  • 승인 2006.06.20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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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짧고 굵게!’
지난 5.31지방선거를 치르면서 10여일의 기간동안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후보자들은 ‘짧고 굵게’ (운동)해야 한다며 열을 올렸습니다. 거리는 온통 현수막 물결을 이루고, 요소마다 선거용 차량들이 즐비합니다. 대로를 지나다 보면 음악과 함께 그룹지어 춤을 추는 후보자 팀을 만나거나 마이크를 잡고 연설하는 후보자, 지나는 차량을 향해 꾸벅 인사하는 후보자들도 보게됩니다.

아무튼 선거기간 동안 후보자들은 힘들었겠지만 보는 사람들은 “학교 운동회하는 것 같다” 또는 “대학 축제 기간처럼 신난다”며 들뜬 분위기였습니다.

물론 반대의견도 많았지요. “도로변에서 유세를 하니 운전자의 시선을 빼앗아 위험하다”거나 “유세차량 방송이 시끄럽다” 등을 비롯해 “선거때만 되면 인사하지만, 당선되고는 자기 뱃 속 채우느라 바쁘다”며 선거운동에 열심인 후보자를 향해 비수를 꽂는 어르신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 결과 많은 당선자들이 선거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게 돼 무더기로 낙선사태가 발생하지 않겠는가 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정말 ‘짧고 굵게’ 선거운동만 한 꼴이 되고 맙니다.

정치야, 서민들 눈에는 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기에 ‘이번에도 그렇지, 뭐’하며 지켜봅니다. 그런데 대전교육 수장의 낙마 소식에는 다른 반응입니다.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이요, 본이 되어야 하는 위치에 있는 대전교육의 수장 오광록 교육감이 대법원의 당선 무효형 확정으로 취임한지 1년 5개월만에 낙마했으니 이를 지켜본 교육가족들의 실망이 오죽했겠습니까. 오 교육감은 그동안 1심과 2심에서 불복해 최종심에 상고했지만 결과는 ‘당선 무효’로 판정났지요. 불법선거운동이 그 원인이었습니다.

오 교육감과 부인 이 모씨는 교육감 선거를 앞둔 2003년 초, 대전지역 교장 등에게 시가 880만원 상당의 양주 270여병을 돌렸고, 선거운동기간을 전후해 전화 등으로 선거운동을 벌여 지방자치교육에관한법률위반죄로 기소됐었습니다.

지금도 학교에선 ‘정직’을 가르칩니다. 그런데 당선되기 위해 선물을 돌리는 교육감 후보자와 이를 받은 학교 교장…. 씁쓸함를 금할 수 없습니다.

결국 ‘짧고 굵게’ 교육의 수장의 자리를 표했던 오교육감에 유감을 표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불법선거운동으로 교육의 수장이 낙마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행 교육감 선거법도 재검토되기를 바랍니다.

이 시대, 대한민국의 선거는 결코 ‘짧고 굵게’ 끝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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