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도로 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차량이 속도를 늦추고 간격을 벌려 위험을 피하듯 우리 몸속 세포도 DNA 복제 중 손상을 만나면 스스로 구조를 바꿔 시간을 확보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연구팀은 헬리카제 효소인 ‘HELQ’가 DNA 복제 과정에서 구조 변화를 유도해 손상 복구 시간을 확보하고 유전체 안정성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의 핵심은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복제 포크(DNA가 두 가닥으로 갈라져 복제되는 지점)를 거꾸로 되돌리는 ‘복제 포크 역전’ 현상에 있다.
연구팀은 전자현미경과 생화학적 분석을 통해 HELQ가 단순히 손상에 반응하는 수준을 넘어 복제 포크 구조를 물리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세포가 DNA 이중 가닥 교차결합과 같은 강력한 독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을 입증했다.
그간 HELQ는 DNA 손상 내성과 연관이 있다는 정도만 알려졌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복제 스트레스 상황에서 게놈 안정성을 보호하는 광범위한 복구 네트워크의 일원으로서 다른 복구 단백질들과 긴밀히 협력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특히 항암제 내성 기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시스플라틴과 같은 주요 항암제들은 암세포의 DNA 손상을 유발해 사멸을 유도하는데, 이때 HELQ가 암세포의 복구 과정을 도와 약물 저항성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연구 과정에서 복제 스트레스에 대한 세포 반응이 여러 복구 경로로 중첩돼 있어 HELQ만의 독자적인 역할 기여도를 입증하는 데 기술적 어려움이 컸지만 복제 포크 역전 현상의 역동성을 포착하기 위해 DNA 섬유 분석과 전자현미경 관찰 등 다각도의 독립적 실험 방법을 결합해 일관된 기전 모델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HELQ의 헬리카제 활성과 다른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분자 수준에서 더 정밀하게 분석해 암 진단 및 치료법 개선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