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인간-식물' 간 새로운 교감 방식 제시
KAIST, '인간-식물' 간 새로운 교감 방식 제시
  • 이성현 기자
  • 승인 2026.05.1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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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t.play() 시스템 이미지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식물이 직접 디지털 게임 속 캐릭터를 진화시키고 인간은 그 과정을 지켜보며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나누는 파격적인 형태의 상호작용 방식이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산업디자인학과 이창희 교수 연구팀이 식물을 상호작용의 주체로 활용한 연구로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 최고 권위 학회인 ACM CHI 2026에서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고 15일 밝혔다.

상위 1% 논문에만 수여되는 이 상은 역대 최대 규모인 6730편의 논문이 제출된 올해 학회에서 거둔 성과다.

이창희 교수팀은 논문 ‘식물이 게임을 한다면’(When Plants Play)을 통해 식물의 생체 신호와 환경 데이터를 디지털 게임 메커니즘의 동력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을 제안했다.

기존 연구가 식물을 단순한 입력 장치나 돌봄의 대상으로 봤다면 이번 연구는 식물을 게임의 ‘유일한 플레이어’로 설정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연구팀이 고안한 시스템은 식물의 생체전기 신호, 일주기 리듬, 주변 환경을 분석해 게임 속 ‘디지털 펫’을 성장시킨다.

식물마다 고유한 성장 방식과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식물에 시스템을 설치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캐릭터가 창조되고 진화한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을 사용자가 아닌 ‘관찰자’의 위치에 뒀다.

참가자들은 처음에는 게임을 직접 조작하려고 시도했으나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자 식물의 느린 반응을 고유한 행동으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화면에 변화가 없으면 '식물이 신중하게 고민 중이다'라거나 '게임에 몰입해서 나를 무시하는 것 같다'는 식으로 의미를 부여하며 식물과 가상 캐릭터 모두에 정서적인 애착을 느꼈다.

직접적인 개입(통제)의 부재가 오히려 식물이라는 비인간 존재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공감하게 만드는 ‘느린 상호작용’의 가치를 증명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인간 중심의 상호작용에서 벗어나 AI, 로봇, 동물, 식물 등 다양한 존재와 교감하는 ‘포스트휴먼(Post-Human)’ 관점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게임 개발뿐만 아니라 미디어 아트, 생태 교육, 그리고 정서적 안정을 돕는 마음챙김 도구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창희 교수는 “우리 사회는 정서적 유대를 중시하는 ‘어태치먼트 이코노미’로 확장되고 있다”며 “향후 연구에서는 토양 속 미생물이나 주변 환경 등 식물과 얽혀 있는 수많은 비인간 존재들까지 상호작용의 범위에 끌어들이는 탐구를 이어가고 싶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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