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기존 다발성경화증 치료제가 면역항암제로 재탄생해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한의기술응용센터 정환석 박사 연구팀이 다발성경화증 치료제인 ‘테리플루노마이드’가 대장암 세포의 면역관문 단백질 축을 동시에 억제해 항암 면역 작용을 강화함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현재 쓰이는 면역항암제는 암세포의 PD-L1 단백질이 면역세포(T세포)의 PD-1과 결합해 면역 공격을 피하는 기전을 저해한다. 그러나 기존 3세대 면역관문억제제는 단일 표적에만 작용해 대장암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면역항암제 비반응군’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시판 약물을 활용하는 ‘약물 재창출’ 전략으로 이 한계를 극복했다. 연구 결과 테리플루노마이드는 암세포의 PD-L1 신호 자체를 줄이는 동시에 면역세포와 암세포 사이의 결합 축을 차단하는 ‘이중 작용’ 메커니즘을 선보였다.
인간의 면역 체계를 이식한 ‘인간화 마우스 모델’ 실험 결과 테리플루노마이드 투여군은 대조군 대비 종양 성장이 약 7배나 억제되는 효과를 입증했다. 암세포를 파괴하는 ‘CD8+ T세포’가 종양 부위로 이동하는 빈도는 2배 이상 늘었고 면역세포의 활성도 역시 증가했다. 반면 화학항암제 특유의 전신 독성이나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특히 인위적으로 CD8+ T세포를 제거하자 항암 효과가 사라졌는데 이는 해당 약물이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것이 아니라 인체의 자가 면역 능력을 정상화해 암을 치유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환석 박사는 “기존 승인 약물을 활용해 전임상 및 임상 1상 단계를 대폭 줄일 수 있어 신약 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며 “치료 대안이 없던 대장암 면역항암제 비반응군 환자들에게 새로운 후보 물질이 될 수 있도록 후속 임상 연구와 기술이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종양면역 분야 국제 학술지 ‘온코제네시스’ 2026년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번 논문은 한정호·이은지 연구원이 제1저자로, 최장기·정환석 박사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