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雅의 뜰 안] 애달픈 엄마의 숨 가쁜 인생
[雪雅의 뜰 안] 애달픈 엄마의 숨 가쁜 인생
  • 김남숙 기자
  • 승인 2026.07.03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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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블루베리를 수확하며
블루베리 밭
블루베리 밭

[충청뉴스 김남숙 기자]  헉~헉~ 숨소리가 거칠다.

오늘도 엄마는 무더위를 피해 새벽이슬이 걷히자마자 아침 일찍부터 블루베리 수확을 하고 있다.

올해 88세인 엄마는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과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

숨쉬기도 힘들고 기억도 깜빡깜빡 희미해지지만, 젊었을 때부터 많은 농사일을 해왔기에 몸이 기억하는 것처럼 오늘도 아픈 몸을 이끌고 밭일을 업보(業報)처럼 해내고 있다.

블루베리 수확 모습, 대추 순따며 숨을 몰아쉬는 엄마
블루베리 수확 모습, 대추 순따며 숨을 몰아쉬는 엄마

엄마는 아버지와 결혼해 산허리 팔밭을 일궈 잎담배 농사를 46년 지었다. 잎담배 농사는 봄부터 겨울 초입까지 이어지며 한겨울 농한기를 제외하고 일 년 내내 일해야 했고 틈틈이 벼, 고추, 콩, 들깨, 참깨 등 여러 작물을 키우며 한시도 쉬지 못하고 일해야 했다.

그렇게 삶을 살아낸 엄마는 지금 허리가 굽고 무릎 연골이 다 닳아 통증을 참고 생활하시고 있다.

잎담배 농사는 한여름 푹푹 찌는 날씨에 커다란 담배 잎사귀를 따서 건조장에서 가루 연탄을 개어 불을 때서 말렸다. 엄마는 수 년 동안 니코틴 진액이 밴 담배 잎사귀를 따며 그 냄새에 중독이 됐는지 토하고 쓰러지기에 이르러 결국 자식 오 남매를 다 기른 후에야 담배 농사를 접었다.

그즈음 군에서 지역 특화 작물인 대추나무의 지원금을 주면서 분양해 담배밭은 이제 대추밭으로 바뀌어 지금까지 20년째 대추 농사를 짓고 있다.

대추는 담배보다는 농사가 수월했다. 봄에 전지하고 여름에 소독하고 가을 수확 때 생대추를 익은 것만 골라 따서 택배를 보내고 직판도 했다. 팔지 못한 생대추는 말려서 건대추와 대추즙으로 판매한다.

물려받은 땅 한 평 없이 큰집에서 빈손으로 분가해 밭농사 수확으로 자식들을 교육하는 와중에도 조금씩 마련한 땅이기에 아버지는 절대 땅을 팔지 않았다. 애착을 넘어 집착에 가까웠다. 그 결과 엄마의 농사일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느 날 엄마는 “새벽 아침마다 이름 모르는 산새 한 마리가 같은 시간에 날아와 울고 간다”라고 말씀하셨다. “네 동생이 집을 찾아온 것 같아”라고 하셨다.

남아선호 사상이 강했던 아버지는 딸을 내리 셋이나 낳아, 셋째 여동생이 태어났을 때 실망해 아침에 출산한 엄마가 미역국을 끓일 물을 마을 우물에 가서 길어와야 했다. 이때 옹기 물동이를 이다 허리를 다쳐 늑막염으로 10년여 세월을 엄마는 허리에 찬 물을 빼며 농사일하며 살아냈다.

그 후 태어난 아들인 남동생은 천하를 다 주어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존재였다. 막내도 아들이 태어난 우리 집은 딸 셋에 아들 둘인 오 남매가 되었다. 딸들은 밭농사가 많은 집에서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농사일을 시작해 일꾼으로 살았다. 아버지는 그 많은 농사일을 하면서 한 번도 일꾼을 쓰지 않았다.

큰아들은 결혼해 세 아이를 낳았고 자동차 부품 제조 회사를 근무하다가 10년 전 회사에서 퇴사하고 귀농을 준비했다. 부모님의 가을 대추 농사를 돕고 여름 간절기 출하가 가능한 블루베리를 심기에 시작했다.

직접 블루베리 묘목을 삽목해 키우고 배수가 잘되어야 하는 작물 특성상 엄마와 산에서 부엽토와 솔잎을 가져와 이랑 하나를 만드는데 일주일씩 시간과 구슬땀을 흘려서 집안과 들에 천 평 가까이 블루베리를 심었다.

엄마는 이제 몸이 불편한 아버지 대신 큰아들을 도와야 해서 농사일이 더 늘어난 셈이다.

큰아들은 귀농 4년 만에 부모님의 통곡 속에 세상을 떠났다. 화목 보일러로 난방을 하기 위해 산에서 나무를 베다 사고가 난 것이다. 동생이 떠난 지 7년이 지났지만, 엄마는 집 앞산 선산에 묻힌 아들을 찾아 가파른 산 위 산소를, 숨을 헐떡이며 생일이면 밥을 차리러 오르고 풀이 나면 풀을 뽑으러 올랐다.

가파른 선산에 동생이 심은 아로니아 군락
가파른 선산에 동생이 심은 아로니아 군락

선산에 동생이 심은 아로니아 나무는 점점 우거지고 가을이면 열매를 맺지만, 엄마는 이제 숨이 가빠서 산소에 오르지 못한다. 집에서 보이는 앞산을 멀리서 바라만 볼 뿐....

동생을 잃고 우울증을 앓아 엄마의 마음도 심장도 깊은 상심에 망가진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 않던가.

농사지을 사람이 없자, 대추밭도 블루베리밭도 임대하다가 블루베리밭은 정리하고, 이제 대문 안 4백 평의 블루베리만 엄마가 스프링클러로 물을 주고 풀을 뽑고 형제들이 모여 전지를 하고 여름에 수확하고 있다.

블루베리밭에 나무 정리 전 모습
블루베리밭에 나무 정리 전 모습

이제 편히 사시면 좋으련만 엄마는 오늘도 새벽부터 블루베리밭에서 허리 굽혀 블루베리 수확을 하고 있다.

엄마는 동생이 남긴 세 손자.손녀에게 조금이라도 학비를 지원해 주고 싶은 거다. 할머니의 수고를 아는지 다행히 큰손녀는 전액 장학금을 받고 약대를 다니고 있고, 둘째도 건축학을 전공하고 있고 10살에 아빠를 떠나보낸 손자는 중3으로 이제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엄마의 힘겨운 삶이 평온해지는 날은 그토록 보고 싶은 큰아들을 천국에서 만나는 날이겠지.

애달픈 엄마의 삶이지만 지난 세월은 자식을 위해 지금은 남은 숨을 몰아쉬며 손자들을 위해 장마가 다가온다며 블루베리가 무를까 봐 걱정하는 엄마는 숨소리는 거칠지만, 오늘도 분주히 논밭을 종종 달음질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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