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 "심해 생태계도 이미 미세플라스틱 축적"
생명연 "심해 생태계도 이미 미세플라스틱 축적"
  • 이성현 기자
  • 승인 2026.07.09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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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연 연구진이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인간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을 것 같은 수심 2000m 아래 심해 생태계가 이미 육지에서 흘러나온 미세플라스틱에 심각하게 오염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김세주·정진영 박사 연구팀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공동으로 남서태평양과 인도양 심해 열수분출공 생물을 비교 분석해 미세플라스틱 축적 특성과 원인을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해양 오염이 전 지구적 재앙으로 떠오른 가운데 매년 11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의 미세플라스틱 연구는 주로 인간 활동의 관찰이 쉬운 해안가나 바다 표면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전체 해양의 90%를 차지하는 수심 200m 이상의 심해 연구는 장비와 시료 확보의 한계로 전 세계적으로 매우 부족한 실정이었다.

연구팀은 KIOST가 수심 2000m 이상의 남서태평양 북피지 분지와 중앙인도양 해령에서 확보한 심해 달팽이와 홍합 시료를 바탕으로 정밀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조사한 심해 생물의 92%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으며 개체당 평균 3.42개의 입자가 발견됐다.

특히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의 대부분이 일상생활 용품이나 포장재 등에 흔히 쓰이는 플라스틱 재질로 확인돼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이미 깊은 바다 밑바닥 생태계까지 깊숙이 침투했음을 증명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학술적 성과는 심해 생물이 먹이를 섭취하는 방식에 따라 미세플라스틱이 체내에 쌓이는 경로와 위치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바다 바닥의 미생물을 긁어먹는 ‘심해 달팽이’는 미세플라스틱이 주로 소화기관(내장)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된 반면 바닷물을 지속적으로 걸러 먹는 여과 섭식자인 ‘심해 홍합’은 아가미, 내장, 근육 등 몸 전체 조직에 비교적 고르게 분포해 있었다.

대양별 오염도 차이도 극명했다. 인도양 열수분출공에서 채집한 생물은 남서태평양 생물보다 체중 대비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최대 14.7배나 높았다. 이는 주변 대륙의 인간 활동 규모와 육지 오염물이 해류를 타고 유입되는 이동 특성이 심해 오염에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연구 성과는 탐사팀의 사소한 ‘습관’에서 나왔다.

KIOST 탐사팀은 '혹시 모를 미래 연구'를 위해 일부 생물을 알루미늄 호일에 감싸 영하 80도에 냉동 보관했다. 연구팀은 "대개 심해 생물 시료는 플라스틱 용기에 보관되는데 이번 연구 시료 역시 일반 플라스틱 통에 담겼다면 시료 자체의 오염으로 미세플라스틱 연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주 박사는 “이번 연구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에 이어 심해 열수분출공 생태계 역시 플라스틱 오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서글픈 증거”라며 “이번 데이터는 향후 심해 광물자원 개발 시 오염의 책임을 명확히 가려낼 기저 오염 수준(Baseline) 자료로 활용될 수 있어, 장기적인 심해 환경 모니터링 체계와 국제 환경 협약 정책 수립에 핵심적인 과학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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