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그린수소 생산의 핵심인 알칼리 수전해 시스템에서 비싼 백금 촉매를 대체할 수 있는 고성능·저비용 루테늄 촉매 설계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한국연구재단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진우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학교 한정우 교수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김우열 교수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조성기 박사팀과 초미세 루테늄 나노클러스터 촉매의 작동 중 표면 상태와 전극-전해질 계면의 물 구조를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음이온교환막(AEM) 수전해의 수소 생산 성능을 대폭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는 음이온교환막 수전해 기술은 알칼리 환경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저렴한 셀 소재와 비귀금속 산화극 촉매를 사용할 수 있어 친환경 그린수소 생산의 차세대 주자로 꼽힌다.
그러나 음극에서 발생하는 수소 발생 반응은 물 분자를 먼저 쪼개어 수소 중간체를 형성해야 하는 단계를 거치므로, 기존 산성 조건보다 반응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그동안 학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입자 크기나 전자 구조, 흡착 에너지 지표만을 가공해 왔으나 실제 환원 전압이 걸리는 구동 환경에서 촉매 표면이 어떻게 변하는지는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연구팀은 질소가 도핑된 탄소 지지체 위에 루테늄의 함량을 동일하게 유지한 채 열처리 조건만 조절하는 방식으로 단일 원자, 약 1nm 서브나노미터 클러스터, 대형 나노입자까지 크기가 각기 다른 모델 촉매군을 합성했다.
이후 방사광 X선 흡수분광(XAS) 및 작동 중 적외선 분광 분석과 고도화된 이론 계산을 결합해 거동을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기포 발생과 전류 급증으로 인한 신호 잡음을 극복하기 위해 전용 특수 분석 셀을 직접 설계·최적화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쳤다.
분석 결과 약 1nm 크기의 루테늄 서브나노미터 클러스터는 강한 환원 전압이 걸리는 수소 발생 조건에서도 순수 금속으로 완전히 되돌아가지 않고 루테늄-산소(Ru-O) 결합을 포함한 '부분 산화 표면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독특한 특성을 보였다.
전극 계면에 형성된 이 부분 산화 표면은 촉매 주변 물 분자의 수소결합 네트워크와 배열을 느슨하게 재구성함으로써 알칼리 수전해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물 분자 분해 단계'를 촉진하고 반응 중간체의 흡착 특성을 최적화해 전체 수소 발생 속도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 설계 원리를 적용한 루테늄 촉매는 초기 활성을 평가하는 반쪽 전지 테스트에서 단 20mV의 과전압만으로도 반응을 일으키는 압도적인 촉매 활성을 나타냈다.
특히 상용화 환경과 유사한 음이온교환막 수전해 단일셀 평가에서는 5.34A/cm2라는 높은 전류밀도를 달성했으며, 실제 산업계 실용 기준인 1A/cm2의 고전류 구동 환경에서도 400시간 이상 성능 저하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해 실전 적용 가능성을 완벽히 입증했다.
KAIST 이진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루테늄 촉매의 크기와 원자 구조가 실제 작동 중 표면 산화상태와 계면 물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 규명해 고성능 수전해 촉매 설계의 중요한 출발점이 됐다”며 “작동 중 표면 상태의 역할은 향후 고성능 알칼리 수전해 촉매 설계와 그린수소 생산 기술 자립화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팀은 향후 분석 프레임워크를 산성 및 중성 등 다양한 pH 환경으로 확장해 전천후 고효율 수소 발생 촉매 가이드라인을 정립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