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복잡하게 얽힌 전선이나 별도의 구동 모터 없이, 오직 빛을 비추는 것만으로 평평한 금속 표면이 실제 버튼처럼 스스로 솟아오르는 메타모핑 구조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기계공학과 오일권 교수 연구팀이 단 하나의 UV(자외선) 레이저 공정만을 활용해 평평한 니켈-티타늄 형상기억합금(NiTi SMA) 시트를 빛에 반응해 입체 구조로 변하는 '메타모핑' 구조로 가공하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기술은 얇고 가벼우면서도 필요에 따라 원하는 형태로 자유롭게 변형돼야 하는 미래형 햅틱 장치와 마이크로 로봇의 핵심 구동체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연구팀은 평평한 금속판에 정교한 절개와 접힘 패턴을 설계해 입체 모양으로 변형되도록 만드는 '키리가미(Kirigami)' 원리를 금속에 적용했다.
기존의 광열 구동형 형상기억합금은 금속 표면의 높은 빛 반사율 때문에 그래핀 산화물이나 질화티타늄 같은 별도의 광흡수 코팅을 덧씌워야만 했지만, 이러한 코팅 방식은 장기간 반복 구동 시 표면이 벗겨지거나 구동 속도를 떨어뜨리는 내구성 한계를 지녀왔다.
연구팀은 복잡한 다층 코팅 대신 UV 레이저 미세가공 기술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했다.
레이저를 금속 표면에 조사하면 미세 절단과 동시에 표면이 국부적으로 가열되면서 마이크로-나노 다공성 산화티타늄 층이 형성된다. 이 다공성 미세 구조는 빛을 내부에 가둬 산란과 다중 반사를 일으킴으로써 근적외선(NIR) 흡수율과 광열 변환 효율을 끌어올린다.
즉 하나의 레이저 공정으로 '형상 설계'와 '광흡수 기능'을 금속판 하나에 동시에 새겨 넣은 것이다.
이번 연구는 전기적 신호나 별도의 제어 회로 없이도 금속 구조가 스스로 어떤 순서에 따라 움직일지 시간적 구동 타이밍까지 미리 설계(프로그래밍)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레이저의 스캔 속도와 조건을 국부적으로 조절해 영역별로 광흡수 속도를 다르게 만들어 동일한 빛을 전면에 균일하게 비추더라도 어떤 부분은 먼저 열이 올라 상변화가 일어나고 다른 부분은 나중에 솟아오르는 순차 구동이 가능해졌다.
원리는 형상기억합금이 저온의 마르텐사이트 상태에서 빛을 받아 상변화 온도 이상으로 가열되면 원래 기억된 고온의 오스테나이트 상태로 돌아오며 강력한 힘(Blocked Force)을 내는 특성을 기반으로 한다.
연구팀은 하부에 근적외선 LED 배열을 배치하고 원하는 위치의 LED만 켜는 방식으로, 표면 위에 'K→A→I→S→T'라는 문자를 순차적으로 돌출시키거나 Stop, Left, Right 등 방향 안내 촉각 신호를 입체적으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방식은 기존의 줄열(Joule heating) 구동 방식처럼 유닛마다 일일이 전선과 전극을 연결할 필요가 없어 시스템의 무게와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또 전선이 엉키거나 배선이 구조 변형을 방해하는 간섭 현상이 없으며, 무엇보다 인체 피부 접촉 시 발생할 수 있는 누전 등 전기적 안전성 문제를 완벽히 차단한다.
연구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SMA 구조물을 부드러운 폴리머(NBR 기반 탄성 캡슐화층) 내부에 밀봉해 열 장벽을 구축함으로써 피부 화상 위험을 낮추고 착용감을 높이는 웨어러블 최적화 기법도 함께 제시했다.
이 기술은 전선 연결에 따른 전기적 위험이나 이물감을 원천 차단할 수 있어 향후 스마트워치나 AR·VR 글러브 등 피부에 직접 닿는 차세대 웨어러블 촉각 인터페이스 및 소프트 로봇 피부의 패러다임을 바꿀 제조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일권 교수는 "이번 기술은 단일 금속 소재 안에 기계적 변형과 광학적 특성을 동시에 새겨 넣은 새로운 제조 플랫폼"이라며 "앞으로 스마트워치, AR·VR 장갑, 점자 및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 등 표면이 실제로 솟아오르며 정보를 전달하는 차세대 촉각 기술과 지능형 모핑 인터페이스의 핵심 플랫폼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