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학교 등 3개 대학 학생들, 일본의 섬에서 지역소멸 해법 모색
순천향대학교 등 3개 대학 학생들, 일본의 섬에서 지역소멸 해법 모색
  • 유규상 기자
  • 승인 2026.09.10 0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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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SS 위험사회 컨소시엄, 여름방학 중 일본 시마네현 아마초서 글로벌 리빙랩 수행
3개 대학 학생들 주민·행정·교육현장 직접 조사
일본 시마네현 오키군 아마초(海士町) 글로벌 리빙랩에 참여한 교수와 학생들 

[충청뉴스 유규상 기자] 순천향대학교·선문대학교·국립순천대학교 학생들은 일본의 대표적인 지역재생 사례로 꼽히는 시마네현 오키군 아마초(海士町)를 찾아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문제의 대응방안을 현장에서 모색했다.

HUSS(인문사회융합인재양성사업) 위험사회 컨소시엄은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5일까지 6박 7일간 일본 시마네현 아마초에서 ‘2026 아마초 글로벌 리빙랩’을 진행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3개 대학 학생 12명과 교수 2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3명씩 4개 팀을 구성하여 아마초에 체류하면서 행정기관과 교육기관 등을 방문하고 주민, 청년, 지역 관계자 등을 직접 만나 인터뷰와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무라카미 저택에서 인터뷰 (활동가, 섬유학 청년) 진행 장면

이번 글로벌 리빙랩의 가장 큰 특징은 일본의 지역재생 성공사례를 둘러보는 일반 해외연수가 아니라‘지역에서 생활하고, 주민에게 묻고, 학생들이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방안을 제안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아마초는 일본 본토에서 쾌속선을 타고 2시간 반을 들어가야 하는 오키제도에 속한 기초자치단체(면적 33.5km²의 섬)로 오랫동안 인구감소와 고령화, 청년유출이라는 일본 지방사회의 문제를 겪어왔지만 위기를 단순한 인구증가 정책으로 해결하기보다 교육혁신, 외부인재 유입, 청년 체류, 지역산업 활성화 등을 결합한 독특한 지역재생 정책을 추진해 일본에서도 주목받는 지역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폐교 위기에 놓였던 도젠고교(島根県立隠岐島前高等学校)를 지역과 함께 되살린 ‘교육 매력화’ 사업으로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하는 ‘섬유학’을 비롯해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교육을 추진하면서 학교의 위기를 지역혁신의 계기로 전환했다.

최근에는 청소년뿐 아니라 외부 청년이 일정 기간 섬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정착할 사람’만이 아닌 지역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사람까지 지역의 중요자원으로 바라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러한 아마초의 경험을 통해 “지역소멸에 대응한다는 것은 단순히 주민등록 인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관계를 맺는 사람을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는가의 문제”​라는 점에 주목해 출국 전부터 리빙랩 방법론 교육과 아마초 사례조사를 진행했다.

도젠고교생들과 인터뷰(왼쪽 4명 선문대 무라마츠 교수와 선문대학생, 오른쪽 3명 도젠고교 학생)

온라인 오리엔테이션과 팀별 연구계획 발표를 거쳐 연구주제를 구체화하고 현장에서 누구를 만나 무엇을 질문할 것인지 준비했다.

현지에서는 아마초 정청(町役場), 도젠고교와 교육 관계기관, 관광 관련 기관 등을 방문하고 지역 상점과 식당, 숙박시설, 항구와 교통시설 등 주민들의 실제 생활공간을 관찰했다.

특히 학생들은 정청 관계자, 교육 관계자,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주민과 사업자 등을 직접 만나 아마초의 변화와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조사는 대규모 설문조사보다 현장의 경험을 깊이 이해하기 위한 인터뷰와 참여 관찰을 중심으로 진행해 매일 조사한 내용을 팀별로 공유하고 기존 정책자료와 비교하면서 문제를 다시 정의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겉으로 드러난 ‘성공사례’만 조사하기보다 “사람은 왜 이 섬에 오는가”, “온 사람은 왜 머무는가”, “떠나는 사람은 왜 떠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현장조사에서 특히 주목한 것은 청년 유입과 장기 정착 사이의 간극이었다.

순천향대학교 학생팀은 ‘청년 유입엔 성공했지만, 왜 정착은 어려운가’를 주제로 주민과 청년, 행정 관계자의 의견을 분석한 결과 청년 유입은 지역 상점과 식당 이용 증가, 지역행사 활성화, 부족한 일손 보완 등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었으나 청년들이 장기간 섬에 머무르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자리’보다 자신의 전공과 능력, 관심을 활용하면서 경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일자리가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로 나타났다.

이에 학생들은 청년의 전공과 역량을 지역의 실제 과제와 연결하는 ‘아마초 커리어 매칭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예를 들어 디자인 전공자는 관광상품과 브랜드 개발, 미디어 전공자는 관광 및 관계인구를 위한 영상·SNS 콘텐츠 제작, IT·데이터 분야 청년은 지역 행정과 사업체의 디지털 전환, AI·복지 분야 청년은 고령사회에 대응한 스마트 돌봄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청년에게 단순한 단기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지역문제 해결 경험→경력 형성→취·창업→정착’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국립순천대학교 학생팀은 한국 여수의 섬유학과 아마초의 섬 유학을 비교하면서 교육정책이 어떻게 관계인구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학생들은 섬 유학이 단순히 학생 수를 늘려 학교의 폐교를 막는 제도에 그치지 않고, 외부의 학생과 청년이 지역주민과 관계를 형성하고 지역을 이해하게 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아마초 사례를 통해 ‘방문→체류→지역활동 참여→재방문→관계 지속’​으로 이어지는 과정 자체가 지역소멸 대응의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학생들은 이를 한국의 도서지역에도 적용해 학교 유지라는 단기적인 목표를 넘어 청년과 지역의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섬 유학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섬유학 청년과 인터뷰 장면(왼쪽 2명 순천향대 학생, 가운데 섬유학 청년, 오른쪽 박동성 교수)

4개 팀의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 것은 지역재생이 대규모 시설이나 단일 정책 하나만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교육, 일자리, 주거, 지역공동체와 외부 인재의 유입이 서로 연결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지역사회 안에서 수행할 ‘역할’​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아마초의 사례를 그대로 성공모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학생들의 현장조사에서는 청년들의 전공과 역량에 맞는 일자리 부족, 정착 가능한 주택 부족, 농어업·건축·운전 등 지역의 필수 숙련 인력 감소와 같은 현실적인 과제도 확인되었다.

이에 학생들은 △빈집을 활용한 정착주택 확보 △청년 역량과 지역문제를 연결하는 커리어 매칭 △지역 베테랑과 청년을 연결하는 숙련 기술 승계 △방문자에서 정착자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관계인구 관리 △대학과 지역이 함께 운영하는 공동 리빙랩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순천향대학교 박동성 교수는 “아마초에서 우리가 배우고자 한 것은 단순히 일본의 지역재생 성공사례가 아니었다”며 “학생들이 지역에서 직접 생활하면서 주민에게 묻고, 지역이 실제로 가지고 있는 문제와 가능성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리빙랩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소멸을 막는다는 것을 단순히 인구 몇 명을 늘리는 문제로 생각해서는 한계가 있다”며 “한 사람이 지역을 방문하고, 머물고, 사람을 만나고, 다시 찾아오고, 때로는 자신의 전문성을 가지고 지역의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모든 과정이 지역의 자산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또 “지역대학은 학생과 교수의 전문성을 지역사회와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앞으로 대학이 학생을 교육해 외부로 내보내는 기관을 넘어 지역의 문제를 발견하고 주민·지자체·청년을 연결하는 지역문제 해결 플랫폼으로 기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수에 참여한 학생들은 “이번 아마초 글로벌 리빙랩은 인구소멸 시대에 지역대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탐색한 작은 실험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일본의 작은 섬에서 발견한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면서, “지역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며, 사람을 머물게 하는 것은 지역과 맺는 관계와 역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한국 학생들이 일본 사례를 공부하는 일방향적인 해외연수를 넘어 인구감소라는 한국과 일본의 공통 문제를 현장에서 함께 고민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국 역시 수도권 집중과 청년인구 유출, 농산어촌 고령화, 지방대학 위기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역의 청년 감소와 지역대학의 위기는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지속가능성이라는 하나의 문제로 연결돼 있다.

앞으로, HUSS 위험사회 컨소시엄은 이번 아마초 글로벌 리빙랩의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또한 일회성 해외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아마초의 행정·교육·지역 관계자들과 교류를 이어가면서 대학생의 현장학습과 지역문제 해결, 한·일 청년교류를 결합한 글로벌 리빙랩 모델​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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