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천식 치료제 개발 ‘희망적이다’
아토피, 천식 치료제 개발 ‘희망적이다’
  • 홍세희 기자
  • 승인 2006.08.10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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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센터장 / 난치성 면역질환의 동서생명의학 연구센터(TBRC)

“사람들은 교수 방이 너무 좋은 것 아니냐고 해요. 대학에서 별거 다 지원해 준다고요. 그런데 TV나 실내수족관, 고급소파를 대학에서 주지는 않지요. 제 동료, 선·후배가 이렇게 스폰해 준겁니다. 잘 해 보라고요.”

대전대학교 한의학과 김동희 교수는 개인 스폰서를 두고 있을 만큼 인맥이 두터운데다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3년여 동안 발에 땀나게 쫓아다니며 자그마치 100억 규모의 산업자원부 지정 지역협력연구센터인 ‘난치성 면역질환 동서생명의학연구센터(Traditional and Bio-Medical Research Center·이하 TBRC 연구센터)’ 사업을 따냈다. 이는 대전대 개교 이래 첫 센터 설립이기에 대학발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난치성 면역질환에 대한 연구·실험으로 치료제가 개발되면 아토피나 천식을 겪고 있는 환자들의 고통이 해소될 전망이기에 전 세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동희 교수는 특히 서른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센터를 맡으면서 우리나라 최연소 센터장이 돼 또 한번 눈길을 끌었다. “새파랗게 젊은 놈이 왜 센터장을 하느냐는 오해도 받았어요. 저는 나이가 중요한게 아니고 한의학이 중심이기 때문에 제가 센터장이 된 것이라고 답합니다. 만약 센터장이 바뀌어야 한다면 얼마든지 그럴 마음이 있다고 하니 모두 제 의견을 존중해주더군요.”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주위에 있었지만 그는 자신이 현 시점에서 센터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난치성 면역질환의 현황과 문제점
난치성 면역질환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알러지나 기관지천식, 아토피 피부염 및 접촉성 피부염 등 외인성 항원에 대해 과민한 면역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또하나는  류마치스성 관절염, 홍반성 난창, 건선 및 천포창 등 내인성 항원에 대한 자가 면역반응으로 유도되는 것이다.

난치성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의 중요성은 이에 대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산업발달의 과속화로 환경이 변화하고 인스턴트 음식이 증가했다. 또 유해화학물의 증가 등 앞으로 면역질환은 더욱 큰 폭으로 증가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면역질환 관련 환자는 전체 인구의 20%를 웃돌고 있다. 어린이 천식환자는 80년대 5.6%에서 현재 20%로 급증세이며, 성인의 경우 40만 여명이 이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실정이다.

난치성면역질환의 대표적인 아토피 피부염 또한 과도한 육류 섭취, 농약이나 환경호르몬이 많은 음식의 섭취, 심해지는 대기 오염 및 정신적 스트레스 증가 등으로 인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서양의 경우 어린이의 20%가 이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7%정도는 성인이 되어도 지속된다.

더욱이 아토피 피부염의 경우 심한 가려움으로 집중이 안되고 수면부족으로 학습·업무능력이 떨어진다. 또 물이나 세제 등의 접촉으로 피부염이 악화될 수 있어 직업 선택에도 제한을 받는다. 아토피성 피부염은 특히 취학 전 어린 연령층에서 15% 이상이 이로 인해 성장과 생활에 큰 지장을 겪고 있어 의료계의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흔한 호발성 질환인 난치성 면역질환은 외래 진료 환자 중 5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경제, 사회활동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면역질환의 예방, 치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의 해결과 함께 이를 산업화하기 위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며 난치성 면역질환 연구센터에서 이 중대한 과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TBRC 연구센터의 출발과 과제

TBRC 연구센터는 아토피나 천식 같은 난치성 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반 및 임상연구를 최종 목표로 정하고 크게 두가지 과제를 수행한다. 하나는 난치성 면역질환 중에서 아토피와 천식의 한의학적 치료제 개발이다. 이는 한방처방이 될 수도 있고 생약(천연물)이 될 수도 있다. 또하나는 한약제의 표준화, 규격화,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의사가 쓰는 한약재는 표준화, 규격화, 안정성이 보장된 것으로 활용이 가능해 진다.지난 2005년 센터가 설립되어 1차년도 사업을 마치고 현재 2차년도 사업이 진행중이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센터의 시작은 매우 힘들었다. 현재 생물, 의학 계통의 전문가 대부분이 미심적이고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한의학을 인정하지 않아 한의학에 관련된 연구는 소규모 개인 연구 과제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동희 교수는 그러나 이같은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미 많은 환자들을 통해 임상적 효능이 입증된 한의학은 과학적 해석이 어려울 뿐이다. 이를 비과학적이라고 언급하는 자체가 잘못된 정의다. 특히 대전대 한의학대학의 경우 이미 수년전부터 지방 의과대학 신입생보다 높은 수능 성적으로 입학한다. 수준 높은 학생들이 비과학적인 학문을 위해 유급까지 당하며 치열하게 공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아닌갚라며 말이다. 김 교수는 이같은 세간의 의식 전환을 위해 3년 동안 과기부를 찾아다니며 RIC 연구센터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 결과 2005년도에 센터가 설립되었고 사업 첫해 스테로이드 성분이 없는 저자극성 아토피 화장품 ‘아토펩(Atopep)’을 개발했다. 바이오소재 전문벤처기업인 ㈜펩트론과 공동으로 출시한 아토펩 크림은 TBRC 연구센터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인 셈이다. TBRC 연구센터의 운영 방안 TBRC 연구센터는 2005년도부터 10년 동안 진행되는 거대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조직이나 과제 모두 계획적으로 움직인다. 센터는 크게 기반연구팀과 협동연구팀, 자문위원회로 조직을 구성했다. 기반연구팀은 세부과제를 포함한 센터의 과제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연구책임자와 연구원들로 구성했다. 대전대 한의학과와 생명과학과, 정보통계학과, 을지의과대학 및 충남대 약학과 등이 포함됐다. 협동연구팀은 위탁 및 협동과제를 포함해 센터의 과제에 직, 간접적으로 역할을 담당하는 연구원으로 구성했다. 이 팀에는 한국한의학연구원과 연구관련 BT 산업체 등이 포함됐다. 마지막으로 자문위원회는 센터의 운영자문과 연구과제의 검토, 운영위원회의 감독 및 센터주요사항을 검토한다. 이렇게 해서 센터장인 김동희 교수를 주축으로 70명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자금은 매년 정부에서 6억, 지자체 2억, 학교에서 2억을 지원받아 10억씩 10년 동안 운영하게 된다. 성공할지 실패할지 지금은 장담할 수 없지만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책임과 희망을 갖고 임하고 있다. 한의학과에도 ‘블루오션’이 있다 김동희 교수는 정부 기초기술위원회, 의료선진화위원회, 대덕특구 기관의 BT 평가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그런 그는 “한의학을 전공했으면서 어떻게 과학쪽으로 연결이 됐는갚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한의학을 전공하면 으레 한의사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방 쪽에도 블루오션(Blue Ocean)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한의사라는 고정관념으로는 레드오션의 세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정부나 WTO에 가서 BT 관련 분야의 일을 할 수도 있고, 정부 정책에 관련한 공부를 더 해서 한의학 정책자문관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의학을 전공하고 능력을 보장받을 수 있는 분야는 많다. 다만 지금까지 학생이나 교수가 이 분야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한의사’라는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것이다. 물론 블루오션의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한의학을 전공하면서 약학, 의학을 별도로 공부한 재원으로, 한국한의학연구원이나 한의사협회에서 정부 BT 관련 사업과 한의학에 대한 자문을 맡고 있다. 한의학이 제도권으로 들어와 하나의 의학 영역을 형성한 시점이 의대, 약대 및 치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늦고, 정부 내에서도 한의학 전문 인력이 없는 현실이 오히려 김 교수의 미래를 결정하는 좋은 조건이 되었다고 한다. 의지만 있다면 한의사가 아니더라도 한약과 관련해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는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저는 유급을 잘 시키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2차까지 떨어지면 재시험 대신 사회봉사를 시킵니다. 관할구청이나 사회복지사의 협조를 받아 봉사를 지시하지요. 동구 지역에는 1급 생활보호자와 장애인이 많은 편인데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을 시키면 정말 열심히 하더군요. 지금까지 능력 혹은 시간이 없어서 사회봉사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런 소외받고 어려운 사람들의 세계를 학생들이 접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저는 학생들에게 학문뿐만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이 현실에 내가 모르는 또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라고 합니다.” 10번의 ‘결혼주례’와 벽면 가득채운 ‘감사편지’
하루 24시간이 부족해 빠듯하게 생활하는 김동희 교수. 그렇지만 ‘일 밖에 모르는’ 축에 속하지는 않는다. 그의 생활상을 들여다보면 누구보다도 자상하고 인간미가 넘친다.

어릴적 “나중에 부모님을 모시고 살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김 교수는 셋째 아들인 입장에서 몸이 성치 않은 부모를 14년간 모시고 살았다. 지난해 부친이 별세하신 이후로는 적적해 하실 어머니를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김 교수는 특히 부모님 유산 일부와 연간 특강비를 장학금으로 후원하거나 사회봉사 활동비로 사용하며 후학양성에도 열을 올린다. 김 교수의 방 벽면에는 주례사진이 몇 장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김 교수로부터 장학금을 받고 학업을 마친 제자들이다. 그런식으로 한 두 번 서다 보니 벌써 열 번째 주례에 이르게 되었다.

“젊은 나이에 주례를 선다는 게, 참 멋쩍은 일이더군요. 심지어 신랑이 저와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커플을 주례 선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제자들이 저를 찾아 준다는게 고마워 가급적 거절하지 않으려고 해요.”

학비가 없어서 학업을 포기하거나 생계유지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학생들을 보며 안타까와 하던 김 교수는 모교 한의과대학을 정상으로 올리겠다는 꿈으로 장학금 지급을 결심하게 됐다고. 장학금을 받은 제자들이 이따금씩 보내오는 감사의 편지 또한 김 교수에게는 무척 소중한 자산이다. 해서 또다른 한 쪽 벽에 이들의 편지를 부착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제가 모교(대전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만큼 후배이자 제자인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대전대 한의과대학이 국내 11개 한의과대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학이 되길 바랄 뿐이죠.”

   
더 좋은 약재 확보를 위한 잦은 해외출장

학생들 가르치는 일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김 교수지만 낮시간 동안 센터 일을 해야 하기에  수업을 많이 맡지는 못했다. 대신 밤 9시부터 시작되는 대학원 수업에 가르침의 열정을 쏟는다. 수업이 끝나는 시간은 새벽 1시, 2시. 늦은 시간까지 진행되는 수업에 지칠법도 할 만 본인은 힘들어도 “대학원생들은 진료에 지장이 없어 좋아한다”며 위안을 삼는다.

김동희 교수는 연구를 위해 해외출장 일정도 잦다.
지난 3월에는 미국 샌디에고에 가서 4개 과제를 발표하고 왔다. 4월엔 중국에 두 차례 다녀왔고 5월엔 베트남, 최근엔 상해에 다녀왔다. 또 9월에는 미국 출장이 예정되어 있다.

김 교수가 이처럼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는 이유는 치료제 개발을 위해 더 좋은 한약재를 구하기 위해서다. 중국 운남성의 곤명식물원, 항주대학 식물원 또 베트남 티벳 식물원 등과 협약체결을 통해 현지에서 나는 식물들을 한국에 가져온다. 데이터가 나오면 국제적인 연구결과로 발표할 것 등을 협의한다. 또한 앞으로는 유럽이나 미국, 중남미쪽과도 협약을 맺을 계획도 세우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은 한의학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오랜 역사를, 일본은 한양방의 접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무기로 세계 무대에서 인정 받고 있습니다. 비록 한국 한의학이 후발 주자이지만 한의학 분야에 더 많은 지원과 관심만 있다면, 고급 인재들의 양성을 통하여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난치성 면역질환에 노출되어 있는 미래는 우리 후손들이 살아야 하는 시대이기에 김동희 교수를 주축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해 우리 손으로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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