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빠진 대한민국에 유감
바다에 빠진 대한민국에 유감
  • 홍세희 기자
  • 승인 2006.09.05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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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레터

“처음 만원을 넣어서 4만5000원을 땄습니다. 믿어지지가 않더군요. ‘이런 것이 도박이구나’하면서 그 후로도 계속 가게 됐습니다. 같은 흥분을 얻기 위해 도박하는 시간이 점점 늘었고 거는 돈 액수도 점점 커졌습니다. 만원으로 시작해서 10만원, 1000만원, 1억원도 한순간이더군요.”

사행성 성인오락기인 바다이야기를 둘러싼 논란으로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은 가운데 30대 남자가 최근 한 언론을 통해 자신이 바다이야기에 빠져들게 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도박에 빠진 사람들 대부분이 이 남자와 같은 경험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빌딩 전체가 각종 성인게임장으로 도배되는가 하면, 교회 아래층에도 게임장이 들어서는 등 좀 과하다 싶었습니다. 이렇게 우후죽순(雨後竹筍) 성인 게임장이 생겨나더니 급기야 문제가 터지고 말았네요.

사행성 게임기(게임장) 인허가 비리, 문광부의 상품권 유통 정책에서의 사행성 오락 방조 문제, 이에 대한 대통령 조카 및 권력 실세들의 연관설 등 바다이야기 사건은 연일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정부는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기를 전면 압수·단속해 조속히 퇴출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조직폭력배와 연계가 되어 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는 여전이 도박게임이 벌어질테지요.

전국 곳곳에서 수해를 입어 온 국민이 수해복구에 힘을 합해도 부족한 이 즈음, 바다이야기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대한민국이 유감스럽기만 합니다. 오늘도 퇴근 후 자가용을 타러 가면 차 앞유리 위에 게임장 홍보전단이 끼워져 있겠지요. 어제나 그제 처럼….   

바다 이야기는 어떤 게임

2004년 12월 처음 등장한 바다이야기는 슬롯머신과 같이 돌아가는 그림을 맞추면 점수를 얻는 릴게임(reel game) 일종으로 4개의 원판에 나타나는 그림에 따라 당첨 여부가 결정된다. 바다이야기가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개·변조가 쉬워 한번에 최대 300만원까지 딸 수 있는 연타기능, 대박 예고그림이 나오는 예시기능 등이 추가됐기 때문. 기존의 게임기와 달리 전자식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 게임장에 설치될 때 연타 기능을 추가하는 등 거의 모든 기기가 불법 개·변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이야기는 성인오락실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 8월말 현재 영업중인 게임장이 전국 1000여 곳에 달하고, 설치된 게임기만 4만5000대 정도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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