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무전기, 지하에선 '먹통'
경찰 무전기, 지하에선 '먹통'
  • 편집국
  • 승인 2006.10.2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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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서 안 터진다" 일선 경찰 불만 무시한 채 신형 도입…경찰관 "지하로 갈 땐 늘 위협느낀다"
경찰에 보급된 무전기가 지하에서는 '먹통'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 지하에서 임무를 수행할 땐 무전기 대신 휴대폰을 사용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경찰이 보유하고 있는 무전기는 아날로그 TRS(Trunked Radio System)방식이다. 그런데 이 아날로그 무전기는 지하에서는 교신이 안돼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대다수의 지하철역에서조차 통신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경찰관들은 "지하로 내려갈 땐 늘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고 말한다. 경찰은 지난 2004년 말부터 신형 디지털 TRS 무전기를 도입했다. 무전기에 개별 ID를 부여해 보안성을 높이고 무게를 기존의 3분이 1수준으로 줄인 것이다.

문제는 이 디지털 무전기 역시 지하에서 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하에서 터지지 않는다는 일선 경찰관들의 불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셈이다.

서울 지역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지하에서는 무전기가 안 터지니까 아무래도 조금 조심스럽다"며 "그래서 다른 근무자가 지상으로 올라가 무전으로 보고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대당 1백만 원짜리 디지털 무전기를 현재까지 6천여 대를 보급했고 내년 말까지 1만 8천 대를 추가로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하에서 터지지 않는 이 같은 무전기 때문에 경찰관들은 지하에서 임무를 수행할 땐 휴대폰으로 교신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지하로 내려가게 되면 근무자들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든가 지구대 근무자에게 ‘지하로 내려가니 상황이 발생하면 휴대폰으로 연락을 달라’고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같은 문제점에 따라 대당 1억 5천만 원을 들여 지하 교신을 가능하게 할 중계기를 설치하고 있다.

경찰청 정보통신기획과 이원희 계장은 "지하에서 무전기가 터지지 않는 이유는 중계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예산을 확보해서 내년 말까지 중계기를 48대로 늘리면 지하에서도 마음껏 무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현재 서울 지역만 18대의 중계기가 설치되는데 그쳐 당분간 경찰관들은 먹통 무전기를 가지고 범인과 맞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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