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것은 무조건 盧 대통령 때문?
잘못된 것은 무조건 盧 대통령 때문?
  • 편집국
  • 승인 2006.11.01 0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희정 의원, 장민호씨 관련 'YSㆍDJ 정부 때 일도 참여정부가 해명하라' 주장
시중에 나도는 농담 중에 '다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라는 게 있다.

뭔가 일이 잘못되었을 때 갖다 붙이는 표현으로, 노무현 정부에 크게 실망한 민심의 일단을 반영하는 말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사안에 대해 원인과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가리기 보다는 무조건 현 정부만 탓하는 세태를 비판하는 역설적 표현으로도 사용된다.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이 31일 애먼 노무현 정부를 탓하고 나섰다.

김희정 의원은 이날 국회대책회의에서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북한 공작원 접촉 사건' 핵심 인물인 장민호씨의 '정부기관 근무' 사실을 공개했다.

장민호씨가 지난 94년에서 95년 사이 통상산업부 산하 '한국정보기술연구원' 국제협력과장으로 재직했고, 98년 5월부터 99년 10월까지는 지금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으로 이름이 바뀐 'KSI(Korean Software Incubator)'라는 정통부 산하기관에서 일을 했다는 것이다.

김희정 의원은 "KSI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모든 행정력과 지원을 담당하는 곳이고, 더욱이 98년과 99년은 대한민국 IT산업이 한참 일어나던 시기인 점을 감안할 때 장씨를 통해 소프트웨어산업 관련 정보 등이 북한으로 넘어갔을 소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희정 의원은 "국정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장민호씨는 89년과 98년, 99년 세 차례 방북을 했는데 98ㆍ99년은 장씨가 KSI에 근무했던 기간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점도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 한다"고 강조했다.

난데없는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북한 공작원 접촉 사건'으로 국민들이 당혹해 하고 있는 때인 만큼,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의혹이었다.

그런데 김희정 의원은 "장민호씨 같은 사람이 어떻게 통산부와 정통부 산하기관을 돌며 중요한 자리에 있었는지, 인사검증시스템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알고도 묵인한 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이 정부가'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도대체 직원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정부 산하기관에 근무하던 기간에 장씨가 방북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대답도 '이 정부가'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장민호씨가 KSI에 근무하던 98ㆍ99년은 '국민의 정부' 시절이었고, 한국정보기술연구원에서 일한 94ㆍ95년은 한나라당 전신인 민자당 집권 시기였다.

전임 정권에서 이뤄진 사안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할 수는 있을지언정 현 정부더러 해명하라니, 김희정 의원의 요구는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다.

'모든 게 다 노 대통령 때문'이라는 말은 단지 시중에 떠도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참신한 의정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야당 초선의원의 의식 속에까지 깊이 뿌리를 내린 고정관념이 되어 버린 모양이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충청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