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 팔봉면 호리 구도항에서 54톤급 예인선이 좌초되면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 인근 어민들이 유출된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
“유일한 삶의 터전이 이렇게 망가졌으니, 이제는 뭘 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야”
주민들과 함께 방제옷을 입고 기름 묻은 돌을 닦던 오모(50)씨의 입에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기름 묻은 돌을 닦은 지도 벌써 5일째다. 바람에 실려 오는 짭조름한 바다내음 대신 역한 기름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1월 4일. 이곳 팔봉면 호3리 구도항에 들어오던 54t급 예인선 J호가 좌초되면서 다량의 기름이 바다로 유출됐다. 사고 후 태안해경과 방제조합, 주민 등이 나서 기름띠 제거에 나섰지만 썰물과 밀물에 맞춰 이미 갯벌에 스며들고, 돌에 묻은 기름을 제거하는 일은 표시도 나지 않는 수고에 불과하다.
양식장 피해만도 5억1천만원
주민들이 기름 묻은 돌을 닦고 지나간 자리는 검게 변한 수건이 덩그러니
모아지고, 바다를 가로 질러 있는 오일펜스가 또다시 바닷물에 밀려올 기름에 맞서고 있다. 오모씨는 “지금까지 기름 닦은 걸레를 수거해 짜내 모은
것만 해도 수십 드럼에 이른다”며 “이것도 큰 돌 위주로 닦아낸 것이지만 하루 지나 돌을 뒤집어 보면 도로 나오는 기름 때문에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의 수고도 수고지만 기름으로 망가질 대로 망가진 양식장은 절망 그 자체다. 당장 굴(14㏊)과 바지락(3㏊)
양식장의 피해만 5억 1000여 만원에 이를 것으로 주민들은 추산하고 있으며, 지천이던 낙지와 지렁이 등도 이미 자취를
감췄다.
특히 굴의 경우 종패를 뿌려서 3년이 지나야 수확할 수 있지만 이번 기름으로 집단 폐사가 우려돼 다시 시작해야 할
판이다.
황모(53)씨는 “이번 사건이 이미 언론에 보도되면서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겨 횟집에 손님이 하나도 없다”며
“고깃배들도 조업에 나서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구도에서 잡힌 고기라고 하면 사지도 않는다”고 걱정했다.
한 순간에
황폐하게 변한 호3리 주민들의 삶의 터전. 주민들의 시름이 하염없이 불어오는 바람에 날려 마을을 뒤돌아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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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