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 칼럼] 납골묘 무해무득할까?
[허정 칼럼] 납골묘 무해무득할까?
  • 허정 이상엽 선생
  • 승인 2017.02.17 0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정 이상엽 선생

납골묘 무해무득할까?

벌초하다가 예초기에 다쳤다. 벌에 쏘여 119에 실려 갔다. 벌초하러 갔다가 뱀에 물렸다. 실수든 아니든 벌초의 어려움을 실감케 하는 사고들이다. 따라서 벌초는 내 대로 끝내야 한다. 절대로 대물림해서는 안 된다. 자녀에게 고생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부모의 마음은 묘지를 납골묘로 바꾸는데 한몫하고 있다.

납골묘는 비용절감과 관리의 편리함 등이 장점으로 부각되면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그래서 수백 년이 훌쩍 지난 묘지가 파헤쳐지는 광경도 흔히 볼 수 있다. 좁은 국토로 인한 묏자리 부족과 후손들에게 벌초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것 등을 고려하면 바람직한 묘지문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묏자리였던 간에 유골에 안착해 있던 혼백[魄]은 의지할 곳을 잃고 구천을 떠돌아다니며, 화장된 유골은 얼마 되지 않아 모두 벌레가 되어 밖으로 기어 나온다는 사실과 조상의 기운과는 영원히 끊어지고 후손 일부에게는 재앙이 발생한다는 사실 등을 고려하면 조상의 유골을 화장해 납골묘에 모시는 것은 얻는 것보다도 잃는 것이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유골을 버리는 것도 아니고 납골묘에 모시는데 무슨 나쁜 일이 있겠냐고 하며 터부시 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다.

하지만 “있던 곳보다 나쁜 묘터로 이장하면 반드시 그 후손이 해를 입는다.”고 한 <풍수비결>의 내용과 같은 기운은 서로 감응하고 혼백[魄]은 유골에 의지한다는 사실, 납골묘를 만들고 오래지 않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나쁜 일을 격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 등을 고려하면 잘 모셔져 있는 조상의 유골을 화장해 납골묘에 모시는 건 재앙을 불러들이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이유 없는 불행은 없다

서울에서 자수성가한 모 사업가의 얘기다. 충북 보은군에서 출생한 그는 어린 시절 상경하여 갖은 고생 끝에 제법 많은 부를 축적했다. 주말이면 가끔 고향에 내려와 조상의 묘를 돌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녀들의 고생을 덜어주겠다고 하며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조상의 묘를 한곳으로 모으기로 결심하고 납골묘를 만들었다.

이후 4개월도 채 못 되어 그의 동생은 교통사고로 어깨와 다리를 다쳐 4급 장애를 입고 실직했으며, 자신은 사소한 의견충돌로 시작된 부부불화는 이혼이라는 극한 선택으로 결혼생활을 청산하게 됐다.

우연히 닥친 불행일 뿐, 납골묘와는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풍수지리학을 기준으로 보면 필연이 분명하다. 있던 곳보다 더 나쁜 곳으로 이장을 하면 후손 전체는 아니더라도 1∼2명에게는 반드시 상식 밖의 불행이 닥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주역>에서는 “같은 것은 이치로써 모인다."라고 했고, <장경>에서는 “묘터가 좋으면 신령이 편안하고 자손도 번성한다.”고 했다.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고 천체의 자전과 공전이 모든 변화를 주관한다는 사실이 부정되지 않는 한, 납골묘는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묘지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충청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