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 후 대전은 '주변부'로 전락하나
새정부 출범 후 대전은 '주변부'로 전락하나
  • 송연순 기자
  • 승인 2017.06.1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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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단 한명도 없어..."정치권 역량 부족-홀대론" 부상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전지역은 단 한 명의 장관도 배출하지 못하면서 ‘대전 홀대론’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는 행정부의 장관급 이상 및 5대 권력기관장 32명 중 23명에 대한 인선을 마무리했다. 조만간 산업통상부장관과 복지부장관을 내정하고, 정부조직개편 이후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인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 등 주요 인사 23명의 출신지역을 살펴보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지역은 호남과 부산, 충청권에서는 충북이다.

광주·전남은 청와대 비서실장(임종석‧전남)과 청와대 정책실장(장하성‧광주), 국무총리(이낙연‧전남) 등 요직을 차지했다. 또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후보자도 각각 광주와 전남 출신이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부산도 혜택을 톡톡히 봤다. 유영민(미래창조과학부), 김영춘(해양수산부), 정현백(여성가족부) 등 3명이 장관 후보자에 이름을 올렸다. 부산 출신 장관급 3명은 서울과 충북, 전남 등과 함께 전국 17개 시·도중에서 가장 많다. 전북출신도 약진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정읍,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내정자는 고창,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주가 고향이다.

충북은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혜택을 받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음성), 도종환 문체부 장관(청주),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청주) 등 3명이 문재인 정부의 1기 내각에 이름을 올렸다.

충남은 논산 출신의 송영무 前 해군참모총장(논산)이 국방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되고, 안희정 충남지사의 최측근인 박수현 전 국회의원(공주)가 대변인으로 임명돼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약간의 체면(?)을 세웠다. 하지만 선거과정에서 총리 후보로 거론됐던 안희정 충남지사 대신 이낙연 전남지사가 낙점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반면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후보에게 42.9%를 몰아준 대전은 1명의 장관도 배출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단 1명의 장관급 또는 권력기관장을 배출하지 못한 곳은 대전과 울산뿐이다.

대전은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42.9%라는 입도적인 지지표를 던졌다. 지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각각 20.3%와 23.2%에 그쳤다. 대전지역 유권자의 이 같은 지지는 충북(38.6%)과 부산(38.7%), 경남(36.7%)보다 높다.

대전은 판사출신의 박범계 의원(서구을)이 법무부장관 후보에 물망이 오르면서 지역구 의원의 장관 배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혔으나 무산됐다. 박 의원이 현재 국정기획위 정치행정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고, 박병석 의원(서구갑)은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국제협력 정상포럼 한국정부대표단 단장, 조승래의원(유성갑)은 문재인 대통령의 에콰도르 특사로 임명된 것이 전부다. 청와대는 박영순 전 대전시경제특보가 선임 행정관으로 들어갔을 뿐이다.

차관급 인사에서도 충북은 괴산 출신 이금로 인천지검장이 법무차관으로 임명된 것을 제외하고는 대전과 충남은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인사에서도 충청권 지역구 국회의원은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등 된서리를 맞았다.

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대선에서 대전은 문대통령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으나 내각과 청와대 인사 등에서 홀대를 받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인사탕평을 외치면서 호남과 영남 등 특정지역 편중 인사를 하고 있어 허탈감마저 든다”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대전시당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말했던 '대탕평'은 선거캠프, 당내 인사 중 호남과 영남을 두루 배치하는 '지역 안배' 인사에 불과하며, 정파를 초월한 탕평인사는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지역의 정치적 역량 부족을 질타하기도 했다.

직장인 김 모씨(대전 서구 둔산동)는 “영호남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형국인데 지역정치권은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대전에는 그렇게도 인재가 없어 장관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정치적 역량이 부족해 무시를 당하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정부의 초대 내각 인사가 외형은 물론 내용적으로 일부 지역 편중이 심하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탕평 인사’는 구호에 그쳤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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