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달력 못 알아본 한국천문연구원?
조선 달력 못 알아본 한국천문연구원?
  • 허정 이상엽
  • 승인 2017.08.0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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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은 날마다 쓰면서 알지 못한다(百姓日用而不知).” <주역>「계사전」에 나오는 이 말은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을 두고 한 것 같다.

24기절과 60갑자는 음력일까? 우리 조상들은 2종류의 달력을 동시에 사용해왔다. 하나는 음력이고, 또 하나는 24기절력이다.

허정 이상엽

음력은 오직 달의 합삭으로 연월을 정하고 초하루, 초이틀 등의 일련번호로 날짜를 표기하는 반면, 24기절력은 절기[氣節]로 연월을 정하고 갑자(甲子), 을축(乙丑) 등의 60갑자로 날짜를 표기한다.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 한식(寒食)은 24기절력에 의해 결정되고, 60갑자로 표기되는 세차(歲次), 월건(月建), 일진(日辰), 시진(時辰)은 24기절력의 날짜의 이명[異名]이다. 따라서 음력과 24기절력은 명확히 구분된다.

24기절력은 제례와 농사짓는데 사용되었고, 또 인간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역리(사주)학으로 폭넓게 활용했다. 조선 관상감의 초시(初試)와 관상감과 예조의 복시(覆試)에 합격한 명과학자(역술인)는 물론 술자(術者)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24기절력의 세차[년], 월건[월], 일진[일], 시진[시]을 정하는 역법은 곧 사주팔자 정하는 법이 되고, 24기절력 세차, 월건, 일진, 시진은 곧 사주팔자가 된다. 세차는 연주(年柱), 월건은 월주(月柱), 일진은 일주(日柱), 시진은 시주(時柱)로 사주팔자가 된다.

절기가 음력이 아닌 사실은 24기절은 음력의 일부라고 주장한 천문연 천문역법 자문위원이 제시한 <대청시헌서전석(大淸時憲書箋釋)>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문헌 못 알아본 천문역법 자문위원

<대청시헌서전석>에서 “만약 전 년[舊年] 12월 18일이 입춘이면 18일은 곧 새해[新年] 정월절로 써라. 무릇 정월의 신살, 72후 또한 모두 18일부터 시작된다(又如舊年十二月十八立春, 則十八日卽作新年正月節主事. 凡正月神煞七十二候, 亦皆從十八日起).” 입춘절기가 세차[년]와 월건[월]의 기점인 동시에 사주팔자 연주와 월주의 기점으로 사용된 증거이다. 이것이 음력이라면 음력 새해는 ‘설날과 입춘’으로 1년에 2번이 된다.

또한 조선 관상감 편찬 서기 1890년 달력[책력]에서는 “윤 2월은 작은 달 16일 병진(丙辰) 인정 1각 청명 3월절 이전은 2월로 쓰고, 이후는 3월로 써라(閏二月小 十六日丙辰寅正一刻 淸明三月節 以前作二月用 以後作三月用).” 윤달에 든 절기로 2월과 3월을 정하고 운세를 본 증거이다. 이것이 음력이라면 윤 2월은 약 16일이 되고, 3월은 약 14일짜리 1달 더 있게 되며 음력 1년은 14개월이 된다.

따라서 천문연의 “24기절력의 근거로 제시하신 자료들은 당시 길흉화복, 운세 등을 따지기 위해 필요했던 설명들로, 역법의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라는 주장은, 역법과 역일이 곧 사주팔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한 막말이다.

24기절력과 음력을 합쳐 태음태양력으로 명명하고, 역법과 사주팔자는 관련이 없다고 한 천문연의 주장은 달력의 종류와 역사를 축소 왜곡한 것이 된다.

역법과 역일이 사주팔자와 관련이 없다면, 천문연은 우선 24기절, 60갑자,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 한식(寒食)이 음력임을 입증하고, 또 사주팔자의 연주, 월주, 일주, 시주와 세차(歲次), 월건(月建), 일진(日辰), 시진(時辰)이 어떻게 다른지를 입증해야 된다. 이를 입증하지 못하는 한, 천문연의 주장은 지록위마(指鹿爲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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