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연, 온실가스 저감하는 금속 열처리 공정 개발
에너지연, 온실가스 저감하는 금속 열처리 공정 개발
  • 이성현 기자
  • 승인 2025.12.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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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에너지연 이후경 책임연구원, 이은경 전문연구위원, 정우남 선임연구원, 고창복 전문연구위원.
(왼쪽부터) 에너지연 이후경 책임연구원, 이은경 전문연구위원, 정우남 선임연구원, 고창복 전문연구위원.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금속 열처리 공정을 개발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에너지융합시스템연구단 이후경 박사 연구진이 자동차, 가전제품에 쓰이는 아연도금 강판 제조 공정 중 금속의 열처리 공정을 화석연료 대신 전기로만 가동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아연도금 강판은 철판을 연속으로 흘려보내며 아연을 입히는 ‘연속용융아연도금라인(CGL)’ 공정을 통해 제작된다. 이 과정에서 강판이 잘 구부러지고 쉽게 가공되도록 금속을 가열하고 식히는 ‘소둔’을 거치게 된다.

소둔로의 열은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를 태워 공급한다. 즉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이 대량 배출될 수밖에 없는 공정이다. 실제로 아연 제조 공정을 포함한 철강 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15%에 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기존 연소식 소둔로의 버너(Burner) 대신 전기 발열체를 적용함으로써 화석연료 없이 전력으로만 작동하는 ‘무탄소 소둔 시스템’을 개발했다. 개발된 기술을 상용 공정과 흡사한 환경에서 테스트한 결과, 배기가스 중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의 농도를 98%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시스템의 핵심은 가열로 설계 기술이다. 연구진은 기존 연소식 소둔로의 내화 구조와 강판 이동 장치는 그대로 두고, 버너 대신 전기 발열체를 상·하부에 배치했다.

또 발열체와 강판 간의 거리를 정밀 설계함으로써 고온의 복사열로 강판을 빠르고 균일하게 가열하면서도 벽면의 열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구성했다.

개발한 시스템을 적용해 두께 0.49밀리미터의 강판을 750도(℃) 환경에서 소둔한 결과, 강판 색상, 조직, 기계적 특성 모두 연소식 소둔로와 동등한 수준임을 확인했다. 반면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배출은 연소식 대비 98% 이상 감소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설비 설계와 운전 조건만 맞추면 강판의 생산성과 품질을 동일하게 유지하면서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특히 전기식 소둔로는 연소식에 들어가는 연료·공기 공급 시스템, 버너, 배기 시스템 없이 운전할 수 있어 설비 투자비와 설치 규모를 기존 대비 약 40% 줄일 수 있다.

또 풍력,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재생 전력으로 운영하면 진정한 ‘무탄소 열처리 공정’으로 전환할 수 있어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글로벌 환경규제 대응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경 박사는 “이번 실증은 버너를 전기 발열체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무탄소 가열을 구현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강판 폭·두께·이송 속도에 따라 최적의 발열체 배열을 자동으로 제안하는 AI 기반 설계·운전 기술로 확장해, 국내 철강사의 상업용 설비 실증과 수출까지 연결되는 ‘수출형 무탄소 가열 솔루션’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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