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영위원장은 학교의 '아빠' 역할, 학부모회는 '엄마' 역할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플라톤은 교육이 한 인간의 삶을 결정짓는 첫 단추라고 했다. 공교육의 틀 안에서 아이들의 개별적인 재능을 꽃피우기란 쉽지 않은 시대, 교육 현장의 최전선에서 ‘마을’이라는 구조적 해법을 제시하는 이가 있다.
해밀초등학교 송상희 운영위원장은 교육 현장을 가정에 빗대어 설명한다. 단순히 학교 운영에 동조하는 '박수 부대'가 아니라,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의 노고를 이해하고 실질적인 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든든한 브릿지'가 되겠다는 그의 의지다.
송 위원장의 이러한 철학은 2020년 해밀동에서 실현되기 시작했다. 해밀초 유우석 교장과 함께 시작한 ‘해밀 교육 마을 협의회’는 유치원, 초·중·고, 주민센터, 입주자 대표가 모여 아이들의 성장을 고민하는 거점이 되었다.
초대 해밀동 주민자치회장으로서 그는 공동체의 역할이 단순한 지원을 넘어, 아이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이어야 함을 체감했다.
그는 현재 해밀초등학교 운영위원장으로서 최수형 교장의 열정적인 교육 행보에 든든한 조력자를 자처한다.
형식적인 지원이 아니라,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보조금을 활용해 개인 교습처럼 아이들을 살피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본다. 그 진심을 알기에 학부모와 주민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 21-24년 해밀중·고등학교 운영위원장을 거치며 다목적 강당 건립 등 굵직한 성과를 이끌어낸 그가, 이제 해밀초등학교의 새로운 운영위원장으로서 제시하는 교육의 청사진을 들여다봤다.
Q. 좋은 이웃을 넘어, 올바른 구조를 만드는 것
송상희 위원장은 인터뷰 서두에서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언급하며 자신의 교육 철학을 풀어냈다.
과거에는 주인공 제제를 감싸주던 뽀르뚜가 아저씨 같은 ‘좋은 이웃’의 존재에 주목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좋은 이웃을 못 만나면 범죄자가 되고, 만나면 훌륭한 인재가 된다는 논리는 결국 모든 책임을 개인과 이웃에게 떠넘기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이제 ‘구조’를 봅니다. 우리 아이들이 좋은 이웃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를 딛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어른들의 책무입니다.
Q. 낡은 행정 시스템의 탈피와 ‘존엄 교육’
송 위원장은 현재 공교육이 직면한 과제들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첫째, 현장 체험 및 수학여행 기피 현상이다. 그는 “사고 발생 시 교사에게 쏟아지는 과도한 부담이 문제”라며 “단순히 보조 인력을 배치하는 것을 넘어, 학교가 안심하고 교육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둘째, 40년 넘게 유지된 ‘OMR 카드 시험 시스템’이다. 아이가 답안지를 지우지 못해 선생님을 기다리는 상황을 두고 교육 전문가들은 돌봄의 결과라 하지만, 저는 시스템의 문제로 봅니다. AI 시대에 걸맞은 교육 행정의 디지털 전환은 시험지 유출 같은 구시대적 불미스러움을 근절하는 필수 과제입니다.
셋째, 존 듀이의 철학을 빌린 ‘존엄 교육’의 강조다. 학교는 시민을 기르는 곳입니다. 초등 과정은 나의 존엄을 자각하고 타인의 존엄을 존중하는 감수성을 길러야 할 골든타임입니다.
내 아이만 최고라고 생각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어릴 때부터 나를 존중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감수성을 길러야 합니다.
단순히 문제 있는 아이들을 대안 학교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학교 안에서 함께 어울리며 회복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합니다.
최근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들은 사후 대책 못지않게, 인간의 존엄을 가르치는 사전 예방적 교육 행정이 절실함을 보여줍니다.
Q. 현장 활동가의 내공, 해밀의 표준을 만들다
송상희 위원장의 이러한 행보는 단순히 운영위원장이라는 직함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2018년 해밀동 입주예정자협의회 대표 시절부터 ‘올목 마을’의 이름을 ‘해밀 마을’로 정착시키고, 공동주택 품질점검단에 시민 참여를 이끌어냈으며, 전국 신설 학교의 표준이 된 ‘드롭 존(Drop Zone)’을 설계 단계부터 도입하게 했다.
주민자치회장 시절에는 빈 시간의 복컴 체육관을 학교가 사용할 수 있게 설득하고, 예산 삭감의 위기에 처했던 ‘은빛교사단’ 사업을 살려내 지금의 만족도 높은 교육 프로그램으로 안착시켰다. 이처럼 송 위원장은 제도와 현장 사이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송 위원장이 제시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대안 중 하나는 '실버 세대 전문 인력을 활용한 학교 보안 강화'다.
전직 경찰이나 관련 전문 경력이 있는 어르신들이 제복을 입고 아이들을 보호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정복을 입은 전문가가 학교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정서적 안정감을, 외부인에게는 경각심을 줍니다.
이는 어르신들에게는 사회 참여의 기회를, 학교에는 실질적인 안전망을 제공하는 1석 2조의 정책입니다.
Q.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는 동반자로
해밀초등학교의 운영위원장으로서 저의 역할은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이 오직 아이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안전한 토양’을 만드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현장 학습 기피 현상에 대해서도 그는 명확한 해법을 제시한다. 사고 발생 시 교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지금의 구조로는 선생님들이 현장 학습을 꺼릴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청이 보조 인력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그는 '전담 강사 및 지원 인력 플랫폼'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악, 체육 등 방과 후 활동이나 현장 학습 시 필요한 인력 풀을 교육청이 직접 관리하고 검증하여 플랫폼화해야 합니다.
학교가 행정 부담 없이 필요한 인력을 바로 찾을 수 있어야 선생님들이 오직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졸업 앨범과 같은 관행적 시스템에서도 초상권과 개인정보 보호를 고려한 디지털 방식(USB 제공 등)으로의 변화를 제안하며,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유연한 교육 행정을 강조했다.
송 위원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자신을‘구조를 바꾸기 위해 현장에서 발로 뛰는 사람’이라 정의했다.
과거 개인의 연민을 넘어 사회적 구조의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그의 노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해밀동의 아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성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송상희 해밀초등학교 운영위원장 약력]
현) 해밀초등학교 운영위원장
전) 제1기 해밀동 주민자치회 회장
전) 해밀동 3100세대 입주예정자협의회 대표
전) 21-24년 해밀중·고등학교 운영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