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국 중 한국 하락 폭 독보적… 원인은 반도체 착시와 배분 불균형
- AI 전환 성과가 중소기업·자영업·서비스업까지 흘러야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AI(인공지능) 혁신과 반도체 업황 호조로 국가 전체의 생산성과 경제 규모는 팽창하고 있지만, 정작 그 성과의 결실이 노동자보다는 자본과 기업 이익으로 쏠리고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었다.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이 미국보다 더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AI 전환이 초래할 소득분배 불평등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종민 의원(세종시갑)이 OECD 분기국민계정, 각국 주요 경제통계 및 한국생산성본부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한국 경제의 전산업 노동생산성은 1분기 1.7%, 2분기 1.5% 각각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경제 전체의 노동소득분배율은 2025년 상반기 47.9%에서 2026년 상반기 42.5%로 1년 만에 5.4%포인트 급락했다.
자영업자 소득까지 포함해 국제 비교에 주로 쓰이는 ‘Gollin 3’ 방법론(자영업 보정 노동소득분배율)을 적용하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의 자영업 보정 노동소득분배율은 2025년 상반기 61.7%에서 2026년 상반기 54.8%로 불과 1년 사이에 6.9%포인트나 떨어져 낙폭이 더욱 커졌다.
이 같은 현상은 앞서 미국에서 선행되어 수치로 확인된 바 있다. 2026년 상반기 미국 비금융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은 55.2%를 기록하며 1929년 통계 작성 이래 9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반면 동기간 미국 비금융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3.4%로 코로나19 이전 3년 평균(1.6%)의 두 배를 웃돌며 2021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노동생산성은 급증했으나 자본수익률과 기업이익률만 수십 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노동이 아닌 자본으로 편중된 것이다.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분배율 하락 속도는 유독 눈에 띄게 빠르다. 한국의 자영업 보정 노동소득분배율이 6.9%포인트 하락하는 동안 미국은 1.4%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으며, 대만은 0.2%포인트 감소하며 거의 보합세를 유지했다.
반면 일본(0.4%포인트 상승), EU(0.3%포인트 상승), 영국(1.0%포인트 상승) 등 주요 선진국은 같은 기간 오히려 분배율이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이 이처럼 급락한 주요 배경에는 반도체 수출 호황에 따른 명목 GDP의 급격한 팽창이 자리 잡고 있다. 조사 기간 명목 GDP는 21.7% 급증했으나, 김종민 의원실이 역산한 결과 피용자보수(임금 총액) 증가율은 약 8%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즉, 노동자의 절대적 임금이 깎인 것은 아니지만, AI 수요 폭증으로 반도체 가격이 오르고 경제 파이가 21.7% 커지는 동안 일을 한 노동자에게 돌아간 몫은 전체 성장 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분배 지표가 대폭 악화된 것이다.
주목할 점은 AI 전환과 생산성 향상이 반드시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본과 영국, EU의 사례처럼 생산성 향상의 성과를 어떻게 정책적·제도적으로 배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김종민 의원은 "AI 확산으로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는 현상이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단순히 GDP나 생산성 지표의 수치적 증가만 반길 것이 아니라 성장 과실이 자본과 기업, 노동자 사이에 어떻게 나눠지는지 세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산성 향상이 일자리 확대와 임금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성장 체감도는 저하될 수밖에 없다"라며 "대기업과 수출 제조업에 집중된 AI 및 생산성 향상의 성과가 중소기업, 자영업자, 서비스업 노동자에게도 온전히 전파될 수 있는 산업·고용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의원은 오는 2026년 국정감사를 통해 AI 전환에 따른 산업·고용·임금 구조 변화를 종합 점검하고,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노동자의 소득 증대와 고용 안정으로 이어지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 대응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할 계획이다.

